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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7.02
하도급대금 직접지급청구와 공사대금 압류 경합
하도급 대금의 직접 지급은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하도급법)과 「건설산업기본법」에 각각 규정되어 있어 해석상 혼란이 있어 왔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2025. 4. 3. 선고 2021다273592 판결 및 2026. 4. 30. 선고 2025다220659 판결에서 하도급법과 건설산업기본법의 관계 및 직접 지급 청구의 효력에 관한 중요한 기준을 제시하였습니다. 특히 최근 건설 경기 침체로 인하여 수급인 또는 하수급인의 채권자들의 압류 또는 가압류와 직접 지급 청구가 경합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위 판결들의 내용을 바탕으로 하도급 대금의 직접 지급 청구와 관련하여 실무상 유의하여야 할 사항들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발주자의 대금 지급 채무의 소멸 시점     하도급법 제14조 제2항은 ‘직접 지급 사유가 발생한 경우’ 원사업자에 대한 발주자의 대금 지급 채무와 수급사업자에 대한 원사업자의 하도급 대금 지급 채무가 그 범위에서 소멸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반면, 건설산업기본법 제35조 제3항은 ‘직접 지급 사유가 발생하여 발주자가 하수급인에게 하도급 대금을 직접 지급한 때’에 비로소 그 채무가 소멸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하도급법과 건설산업기본법 간에 채무 소멸 시기에 관하여 명시적인 차이가 존재합니다. 한편 양 법률은 공히 발주자·원사업자·수급사업자 또는 발주자ㆍ수급인ㆍ하수급인 간의 합의를 직접 지급 사유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건설산업기본법에 근거한 직불 합의의 경우에도 하도급법과 동일하게 합의 시점, 즉 직접 지급 사유가 발생한 시점에 발주자에게 하수급인이 시공한 부분에 해당하는 하도급 대금을 해당 하수급인에게 직접 지급할 의무가 발생하고, 그 범위에서 발주자의 수급인에 대한 대금 지급 채무가 소멸하며, 발주자가 직접 지급 의무를 부담하는 부분에 해당하는 수급인의 발주자에 대한 공사대금 채권은 동일성을 유지한 채 하수급인에게 이전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2. 직접 지급 청구를 받은 경우 실무상 유의사항     1) 공사대금 채권에 대한 보전처분과의 경합 문제         발주자의 채무 소멸 시점이 실무상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은, 하도급 대금 직접 지급이 문제되는 대부분의 사안에서 자력이 부족한 수급인의 다른 채권자들이 공사대금 채권에 대한 (가)압류를 신청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직접 지급 청구권과 (가)압류 결정의 우열은 직접 지급 청구권의 발생 시점과 (가)압류 결정의 송달 시점 중 어느 것이 앞서는지에 따라 결정됩니다. 채무 소멸이 먼저라면 이후의 (가)압류는 효력이 없고, (가)압류 송달이 먼저라면 해당 금액에 대한 직접 지급 청구권은 발생하지 않습니다. 직접 지급 청구와 (가)압류가 경합하는 경우에는 집행 공탁 또는 혼합 공탁을 활용하여 이중 지급 위험을 방지할 수 있으나, 공탁 금액의 범위 등은 개별 사안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신중한 판단이 필요합니다.     2) 직접 지급 의무의 발생 범위         직접 지급 의무는 하수급인이 실제로 시공한 부분(기성고)에 상당하는 하도급 대금에 한정되며, 발주자가 이미 지급한 해당 하도급 공사 부분의 기성 공사대금은 공제됩니다. 따라서 발주자는 하도급 대금 전액이 아닌 미지급 잔액 범위 내에서만 직접 지급 의무를 부담합니다.     3) 노무비에 대한 특칙         건설산업기본법 제88조에 따라 공사대금 채권 중 근로자 임금에 상당하는 노임 채권 부분은 압류가 금지됩니다. 따라서 공사대금 채권에 (가)압류가 이루어진 이후에도 노임 채권 상당액에 대해서는 직접 지급이 이루어져야 하므로, 공탁 또는 직접 지급 시 그 범위를 정확히 산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압류가 금지되는 노임 채권의 범위 산정은 사안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4) 근로기준법상 특칙         근로기준법 제44조의3에 따라 하수급인의 근로자가 직상수급인 또는 원수급인에게 임금 직접 지급을 청구할 수 있는 경우에도, 실제 지급 전에 압류·가압류와의 경합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하도급 대금의 직접 지급 청구가 있는 경우, 적용 법률의 판단, 직접 지급 청구권 발생 시점의 특정, 압류·가압류와의 경합 처리, 공탁 전략 등 복합적인 법적 쟁점이 얽혀 있습니다. 특히 최근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관련 법리가 정비되고 있으나, 개별 사안의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직접 지급 청구를 받은 발주자로서는 초기 단계부터 면밀한 법률 검토가 필요합니다. 법무법인(유) 광장의 건설부동산그룹은 하도급 대금 직접 지급 청구와 관련한 다수의 소송 및 자문 경험을 바탕으로, 각 단계에서 최선의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전문적 검토나 지원이 필요하신 경우, 법무법인(유) 광장의 건설부동산그룹으로 문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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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30
건축물분양법 규정에 따른 약정해제 조항의 효력에 관한 대법원 판결 선고
1. 대상 판결의 요지     대법원은 최근 분양계약서에 “매수인은 매도인의 귀책 사유로 인해 ‘매도인 및 시공사가 계약의 중요한 사항을 위반하거나 「건축물의 분양에 관한 법률」 제9조에 따른 시정명령을 받은 경우, 제10조에 따라 벌금형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 제12조에 따른 과태료 부과 처분을 받은 경우’ 본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규정을 둔 것은, 단순히 채무 불이행으로 인한 법정 해제권을 주의적으로 규정한 것이 아니라 매수인에게 특유의 약정 해제권을 부여한 것이므로, 위반 사항의 경중이나 그 위반 사항이 당사자의 계약 체결 의사, 계약의 목적 달성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하여 해제권의 발생 여부를 따져 보아야 한다고 해석하기는 어렵다”라고 판단하였습니다.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하여 전국 각지에서 다수의 분양계약 해제 및 취소와 관련한 소송이 진행 중인데, 이번 대법원 판결로 인하여 건축물 분양법의 적용을 받는 오피스텔, 근린생활시설, 생활형 숙박시설에 관한 분양계약의 해제와 관련된 분쟁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진행 중인 분쟁에서도 주요 쟁점이 약정 해제권의 인정 여부로 이동할 수밖에 없어 상당한 파장이 예상됩니다. 2. 주요 쟁점     「건축물의 분양에 관한 법률」(건축물 분양법)은 「분양사업자가 분양 대상 건축물과 관련하여 건축물 분양법 제9조에 따른 시정명령, 제10조에 따른 벌금형 이상의 형, 제12조에 따른 과태료 부과 처분을 받은 경우 분양받은 자가 분양계약을 해약할 수 있다는 사항」을 분양계약서에 포함하도록 하고 있고(건축물 분양법 제6조 제4항 및 같은 법 시행령 제9조 제1항 제11호 각목; 이 사건 해제 조항), 위 규정을 위반하여 분양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형사 처벌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건축물 분양법 제10조 제2항 제3호).     이 사건 해제 조항의 해석과 관련하여, 종래 다수의 하급심 판결은 분양계약서에 이 사건 해제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건축물 분양법 위반 사항의 구체적인 내용을 고려할 때 위반 사항이 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게 하거나 수분양자가 이러한 위반 사실을 알았더라면 분양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하였을 것이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중대한 것인 경우에 한하여 수분양자의 해제권이 인정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주류적인 경향이었습니다.     다만 대법원은 지난 2025. 7. 3. 주류적 견해와 달리 이 사건 해제 조항을 분양계약의 특유의 약정 해제권으로 해석하여 분양자가 건축물 분양법 위반으로 약식 명령을 받았다면 계약의 목적 달성이 불가능할 정도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수분양자가 분양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본 원심 판결의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판시하였으나(대법원 2025. 7. 3. 선고 2024다204986 판결), 당시 대법원의 입장이 분명하게 표명되어 있지는 아니하여 여전히 해석의 여지가 있었으므로, 이번 대법원 판결은 이 사건 해제 조항에 대한 대법원의 입장을 확인할 수 있는 첫 번째 사례로 귀추가 주목되고 있었습니다. 3. 시사점 및 파급 효과     이번 대법원 판결에 대해서는 향후 다음과 같은 논란이 예상되고, 건축물 분양법이 적용되지 아니하는 주택 또는 지식산업센터 등의 경우에도 분양계약서에 유사한 해제 조항이 포함되었는지 여부를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 건축물 분양법을 준수하여 작성된 분양계약에서는 건축물 분양법 위반에 따른 시정명령 부과, 벌금형 이상의 형 선고, 과태료 부과 중 하나의 사유가 발생하면 그 위반 사유의 경중을 불문하고 수분양자는 이 사건 해제 조항에 근거하여 분양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판단될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특히 이 사건 해제 조항은 해제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간에 대한 제한이 없으므로, 시정명령이나 벌금형 등이 입주 이후에 확정되는 경우에도 해제가 가능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이에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의 경우 수분양자가 약정 해제 사유를 확보하기 위하여 민원, 고소, 고발 등을 추가로 제기할 가능성이 높고, 그에 따라 분양계약 해제 및 취소와 관련한 민사 소송도 장기간 지연될 우려가 있습니다. 아울러 이미 입주가 완료되거나 진행 중인 사업장에서도 계약 해제 소송이 제기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됩니다.     둘째, 분양계약에 이 사건 해제 조항을 포함하도록 하는 건축물 분양법 규정을 강행 규정으로 볼 수는 없으므로(서울고등법원 2019. 8. 22. 선고 2019나2012808 판결 등), 건축물 분양법을 위반하여 분양계약에 이 사건 해제 조항을 포함하지 않은 경우에는 수분양자가 분양계약을 곧바로 해제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건축물 분양법이 적용되는 분양계약에 이 사건 해제 조항을 포함하지 않으면 형사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더라도(건축물 분양법 제10조 제2항 제3호),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공정성을 잃은 약관으로 무효로 판단되거나 법률에 따른 고객의 해제권의 행사를 배제하거나 제한하는 약관으로 무효로 판단될 여지가 있고,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 조치를 받게 될 여지도 있는바, 향후 분양 예정인 사업의 경우 분양계약서 작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법무법인(유) 광장의 건설 부동산팀은 분양계약 관련 분쟁을 비롯한 건설·부동산 분야의 각종 분쟁의 해결에 관하여 오랜 실무 경험을 축적하였고, 이를 통해 실체적, 절차적인 면에서 뛰어난 소송 수행 능력을 보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건설·부동산 산업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분양계약 관련 분쟁에 대해서도 다양하고 풍부한 자문 경험을 갖추고 있는바, 상기 이슈와 관련하여 도움이 필요하실 경우 언제든지 법무법인(유) 광장의 건설 부동산팀에 문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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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5.08
SOPA 절차와 이행보증증권의 행사에 관한 최근 싱가포르 법원 판결
아시아 지역에서 수행하는 다수의 해외 건설 프로젝트의 경우 아시아의 국제금융허브인 싱가포르에 위치한 금융기관으로부터 건설 계약 체결에 필요한 각종 보증 및 프로젝트 파이낸싱 등 중요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시공자는 계약상 발주자에게 공사이행보증(performance bond)을 포함한 다양한 종류의 보증을 제공할 의무를 부담하는데, 보증과 관련하여 시공자와 발주자 간에 부당한 청구(unlawful call)를 포함한 다양한 법적 분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특히 시공자의 입장에서는 보증 청구를 당하게 되면 이를 회수하는 것이 매우 어렵고 이는 시공자의 cash flow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보증에 적용되는 준거법에 따른 유의사항 등을 사전에 파악하고 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편 보증계약과 관련하여서는 통상 국제상공회의소의 Uniform Rules for Demand Guarantees(URDG 758) 규정이 적용되는 바, 보증계약 자체에 대한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 URDG 758 제34조 제a항에 따라 보증을 발급한 금융기관이 소재한 곳의 준거법이 적용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따라서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싱가포르에 위치한 금융기관으로부터 보증 증권을 발급받는 경우, 해당 보증계약과 관련한 분쟁 발생 시 싱가포르법이 준거법으로서 적용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에 본 뉴스레터에서는 이행보증 청구에 관한 싱가포르 법제를 간략하게 소개하고, 특히 소위 백차지(back-charges)를 청구하기 위해 이행보증증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여부와 관련된 최근 싱가포르 고등법원 항소심(Appellate Division of the High Court) 판결의 내용과 그 시사점을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1. 이행보증 관련 싱가포르 법제       통상 이행보증계약은 보증인(guarantor), 보증의뢰인(applicant), 그리고 수익자(beneficiary) 간에 체결되는 계약으로서, 보증의뢰인인 주계약자가 계약상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경우 수익자인 발주자가 보증서를 보증인인 금융기관에 제시함으로써 보증인이 수익자에게 보증금액을 지급하는 것을 그 내용으로 합니다. 이때 건설계약에서 통용되는 이행보증증권(performance bond)은 수익자인 발주자가 보증금액을 청구하는 경우 무조건적으로(unconditional), 별도의 채무불이행 사실에 대한 증빙 없이 단순한 청구만으로 보증인인 금융기관으로부터 보증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 on-demand bond의 형태로 발급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러한 on-demand bond 성격의 무조건부 이행보증증권은 그 특성상 수익자에게는 유리하나, 보증의뢰인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합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여러 국가의 법원들은 on-demand bond임에도 불구하고 예외적인 사유가 존재하는 경우에는 수익자의 보증금 지급 청구 또는 금융기관의 지급을 금지하는 방식으로 보증의뢰인을 보호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영국 및 홍콩 법원은 보증금 지급을 막을 수 있는 사유를 ‘사기(fraud)’ 또는 계약상 명백한 금지 조항이 있는 경우로 두고 있는 한편, 싱가포르 법원의 경우 영국법보다 다소 완화된 기준에 해당하는 ‘불공정성(unconscionability)’이라는 사유를 별도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대부분의 법원들이 이러한 예외 사유가 존재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엄격한 기준을 통해 판단합니다. 싱가포르 법원 또한 보증의뢰인이 다음과 같은 사유를 소명(show a prima facie case)하는 경우에만 ‘불공정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 수익자의 청구 금액이 과도한 것을 넘어, 수익자의 예상 손해액을 훨씬 초과하는 경우.     ■ 보증의뢰인이 계약을 이행하지 못한 원인이 수익자에게 있는 경우.     ■ 수익자가 ‘부정한 행위(unclean hands)’를 통하여 손해액을 부풀리거나 선택적이고 불완전한 정보를 근거로 보증금을 청구한 경우.     ■ 수익자가 기초 계약과 무관한 목적(ulterior motives)으로 보증금을 청구하거나, 수익자의 청구가 이전에 수익자가 취했던 입장과 모순된 경우. 2. 최근 싱가포르 고등법원 항소심 판결     이와 관련하여 최근 싱가포르 고등법원 항소심 재판부는 무조건부 이행보증증권에 기한 수익자의 보증금 청구를 불공정하다고 보아 금지할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한 중요한 시사점을 포함한 판결을 내렸습니다(Ee Hup Construction Pte Ltd v China Jingye Engineering Corp Ltd (Singapore Branch) and another [2025] SGHC(A) 3). 이에 대해 아래에서 좀 더 상세하게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1) 사실관계         시공자인 China Jingye Engineering Corporation Limited (Singapore Branch)(CJY)는 Ee Hup Construction Pte Ltd (EH)와 하도급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이에 EH는 하도급계약에 따라 CJY를 수익자로 하는 무조건부 이행보증증권을 싱가포르 소재 금융기관을 통해 발행하였습니다(이 사건 이행보증증권).         이후 CJY와 EH 간에 공사대금 지급의무와 관련하여 다툼이 발생하였고, EH는 싱가포르의 건설 산업 지급보장법(Building and Construction Industry Security of Payment Act(SOPA))에서 규정하는 adjudication proceeding을 통해 CJY를 상대로 공사대금 지급을 청구하였습니다. 이때 SOPA에서 규정하고 있는 adjudication proceeding이란 건설계약에서 발생하는 공사대금 지급 분쟁을 신속하게 해결하고 특히 하도급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적인 목적하에 도입된 강행법규적 절차로서, 당사자들이 계약상 소송 또는 중재 등 다른 분쟁 해결 절차에 합의하였다고 하더라도 이에 우선하여 적용됩니다. 나아가 adjudicator가 내린 결정은 계약상 명시된 최종적인 분쟁 해결 절차를 통한 판결 내지는 판정을 받을 때까지 당사자들을 구속하며 집행 또한 가능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EH는 CJY를 상대로 adjudication proceeding을 통해 공사대금을 청구하였고, 시공자인 CJY는 공사 도중 하도급자인 EH의 귀책사유로 발생한 CJY의 손해, 소위 백차지(back-charges)를 청구하여 EH의 공사대금과 상계하려 하였습니다.          그러나 CJY는 adjudication proceeding 진행 도중 이러한 백차지 청구를 철회하였고, 결국 adjudicator는 CJY의 백차지에 대한 별도의 상계 없이 EH의 청구를 전부 인용하였습니다. 그러나 그 후 CJY는 이 사건 이행보증증권의 행사를 통해 앞서 adjudication proceeding 도중에 철회한 백차지의 지급을 청구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EH는 CJY가 adjudication proceeding 도중에 이미 철회한 백차지 관련 클레임을 다시 이행보증증권을 통하여 청구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고 주장하며 싱가포르 법원에 CJY의 지급 청구를 금지해달라는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싱가포르 고등법원의 1심 재판부(General Division of the High Court)는 이러한 EH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EH는 항소하였습니다.       2) 싱가포르 고등법원의 판시사항           결론적으로 싱가포르 고등법원의 항소심 재판부 또한 EH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EH의 항소를 기각하였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EH가 지급금지청구의 근거로 제시한 S사 사건([2019] SGHC 267)에 주목하였습니다. 먼저 재판부는 이행보증증권에 기한 지급 청구가 동일한 분쟁사항에 대한 adjudication decision을 무력화시키는 경우에는 지급 청구가 금지되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S사 사건과 그 견해를 같이하였습니다. 다만, 항소심 재판부는 실제로 이행보증증권의 행사가 adjudication decision에 반하는지 여부는 개별 사건의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하였습니다.         먼저 항소심 재판부는 S사 사건에서는 adjudication decision에서 이미 기각된 청구를 근거로 수익자가 이행보증증권의 지급을 청구한 반면, 본건의 경우 CJY가 adjudication proceeding 중에 백차지 청구를 철회하여 adjudicator가 백차지 청구에 대한 어떠한 실질적인 판단도 내린 바 없다는 측면에서 본건과 S사 사건의 사실관계와 구별된다고 보았습니다. 이와 같은 점을 근거로 항소심 재판부는 EH와 CJY 간의 adjudication proceeding에서 CJY의 백차지 청구에 대하여 어떠한 결정도 내려진 바 없으므로 CJY가 동일한 백차지 클레임을 근거로 이행보증증권의 지급을 청구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불공정한 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이를 이유로 항소심 재판부는 EH가 제기한 이행보증증권 청구 금지 신청을 기각하였습니다. 3. 시사점     이번 판례는 싱가포르 법원이 SOPA상의 adjudication proceeding에서 판단된 쟁점이 이행보증증권의 청구에 있어 어떠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여부를 정교하게 구분하여 판시하였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특히, 공사 대금 관련 분쟁에서 adjudication decision을 통해 공사 대금의 지급 여부가 확정된 경우에도, 해당 결정에서 다투지 않은 백차지가 있다면 수익자는 여전히 이를 근거로 이행보증증권을 행사하여 백차지를 청구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습니다.     이는 한국 건설사들이 싱가포르에서 하도급자들에게 백차지를 청구하려고 하는 경우 분쟁 해결 전략을 신중하게 선택할 필요가 있음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이행보증증권을 보유하고 있는 건설사로서는 adjudication proceeding 중에 하도급자를 상대로 백차지를 통해 상계를 주장하기보다는, 이를 근거로 이행보증증권을 행사하여 백차지를 지급받은 후 추후 소송 또는 중재 등 종국적인 분쟁 해결 절차를 통해 백차지 청구 권한에 대해 다투는 것이 전략적으로 유리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adjudication proceeding에서 백차지 청구 권한이 기각된 경우, 추후 이에 관한 이행보증증권 청구도 불가능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보증증권의 지급 청구 및 부당한 지급 청구(unlawful bond call)와 관련된 각국의 법체계는 한국 건설사들의 이해관계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이에 한국 건설사들은 이행보증증권의 발행 및 분쟁 발생 시 적용되는 준거법을 꼼꼼히 살펴 선제적으로 보증증권과 관련된 법리적 대응 전략을 상세히 구축할 필요가 있습니다. 법무법인(유) 광장의 해외건설팀은 다양한 해외 건설 프로젝트에 대한 종합적인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며, 해외건설법무에 능통한 전문 변호사들이 입찰 및 계약 조건 검토를 위한 자문 단계부터 프로젝트 진행 중에 발생하는 클레임 단계에서의 대응, 분쟁이 발생할 경우 소송과 중재 등 분쟁의 해결에 이르기까지 각 단계별로 유기적인 연계를 통한 원스톱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여 드립니다. 이와 관련하여 도움이 필요하신 경우 언제든지 법무법인(유) 광장의 해외건설팀 관련 전문가에게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각주] 1. Sulzer Pumps Spain, SA v Hyflux Membrane Manufacturing (S) Pte Ltd [2020] SGHC 122; CEX v CEY [2020] SGHC 100 2. 본건의 경우 하도급자인 SLH가 시공자인 S사를 상대로 adjudication proceeding을 통해 공사대금 지급을 청구하였고, 본 절차에서 SLH의 공사대금 지급 청구는 인용되었음. 이후 S사는 이러한 adjudication decision에도 불구하고 이미 adjudication decision을 통해 기각된 주장을 근거로 이행보증증권에 대한 지급을 청구함. 이에 SLH는 이러한 S사의 이행보증증권 지급 청구가 위법하다고 주장하며 지급 청구 금지 가처분을 제기하였고, 싱가포르 법원은 SOPA에 따른 adjudication proceeding 제도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들어, adjudication decision의 내용에 반하는 S사의 이행보증증권 지급 청구는 허용될 수 없다고 보아 지급 청구 금지 가처분을 인용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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