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연방대법원의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 기반 상호관세 등의 위법 판정 이후, 트럼프 행정부는 즉각적으로 무역법 제122조에 근거한 글로벌 관세 10%를 부과한데 이어 2건의 무역법 301조 조사를 개시하였습니다. 이번에 개시한 301조 조사는 주요 무역상대국의 '제조업 부문의 과잉 능력과 생산'과 '강제 노동으로 생산된 물품에 대한 수입금지 조치 여부'에 관한 것으로서 한시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현행 122조 관세 부과가 끝나는 7월 말까지 조사를 완료하여 기존 IEEPA 관세 수준의 관세 복원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번 이슈브리프는 301조 조사의 주요 쟁점을 분석하고, 우리의 대응 방향을 제시하였습니다.
1. 배경
(IEEPA 기반 관세의 위법 판정과 트럼프 행정부 대응) 2026년 2월 20일, 미국 연방대법원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한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등의 부과가 위법이라고 판결하였다. 이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는 즉각적으로 무역법 122조를 원용, 10% 글로벌 관세를 부과하였다. 해당 관세는 150일 내 자동 소멸(2026년 7월 24일)되고 의회 승인 없이 연장이 불가능하다는 한계가 있다. 이에 따라 미 무역대표부(USTR)는 122조 관세를 대체할 관세 부과를 위해 무역법 301조 조사를 개시하였다. 트럼프 행정부는 통상 1년 이상 소요되는 조사 절차를 4~5개월로 대폭 단축하여, 7월 말 공백 없이 새로운 관세 체계가 시행될 수 있도록 할 의도인 것으로 보인다.
(제301조 조사 개시) 지난 3월 11일 USTR은 제조업 과잉 능력·과잉 생산과 관련하여 한국, 중국, EU, 일본, 인도, 멕시코, 베트남, 싱가포르 등 16개 경제체를 대상으로 301조 조사에 착수하고, 이어 12일에는 강제 노동 생산품 수입금지 조치 불이행 여부를 조사하기 위한 목적의 301조 조사를 한국을 포함한 약 60개 경제체에 대해 개시했다.
2. 301조 조사 요건과 일정
1) 개관
(301조 조사의 법적 요건) 1974년 무역법 제301조(Section 301 of the Trade Act of 1974, 19 U.S.C. §2411)는 미국 대통령이 미국 상업에 영향을 미치는 외국의 불공정한(unfair) 정책과 관행에 대해 일방적 대응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한 법이다.
1) 301조 조사는 업계의 청원이 있거나 USTR의 자체 결정으로 개시하게 되는데, 특히 금번 2개 조사는 모두 USTR이 직권으로 시작한 조사이며, 무역법 제301(b)조에 따라서 "외국의 행위, 정책 또는 관행이 불합리(unreasonable)하거나, 차별적인(discriminatory)것으로서 미국 상업에 부담을 주거나 제한하는지 여부"를 조사한다.
2) 조사 결과, USTR은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해당 정책·관행을 제거하기 위한 대응 조치를 취할 수 있는데, 무역협정 혜택의 중단·철회, 관세 및 수입 제한 부과, 서비스 접근 제한, 특혜관세 철회, 또는 시정·보상적 이익을 포함한 협정 체결 등 광범위한 조치가 가능하다. 이러한 조치는 원칙적으로 관세가 우선 수단으로 활용된다.
(주요 일정) USTR은 2개 조사의 일정으로 2026년 3월 17일부터 이해관계자(정부 및 관련 업계)들로 하여금 의견 제출을 하도록 하였는데, 이해관계자들은 4월 15일까지 서면 의견, 청문회 출석 요청서 및 증언 요약을 제출해야 한다. 청문회는 강제 노동 조사는 4월 28일부터, 과잉 생산 조사는 5월 5일부터 개최될 예정이다.
2) 구조적 과잉 능력 및 과잉 생산 조사3)
USTR은 외국의 구조적 과잉 능력과 과잉 생산이 미국의 재산업화, 핵심 공급망의 리쇼어링, 제조업 일자리 창출을 저해하는 불공정 관행이라는 시각에서 출발하고 있다. USTR은 미국의 주요 무역상대국 정부가 제도적으로 개입하여 국내 수요를 웃도는 생산 능력과 생산을 상시적으로 유지하면서 특정 제조업 분야에서 대규모 또는 지속적 무역 흑자와 유휴·미활용 설비를 발생시키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이러한 구조적 과잉 능력은 ① 보조금 등을 통한 경제 논리와 괴리된 생산·수출 촉진, ② 국내 임금 억제, ③ 국영·국가 지배 기업의 비상업적 활동, ④ 지속적인 시장 접근 장벽, ⑤ 미흡한 환경·노동 보호 또는 사회 안전망, ⑥ 보조금성 대출, ⑦ 금융 억압 및 환율 관행 등 정책 개입에 의해 형성·유지될 수 있다는 것이다.
USTR은 특히 대미 또는 글로벌 시장에서 나타나는 대규모·지속적 무역 흑자를 구조적 과잉 생산의 징표로 보고 있으며, 알루미늄, 자동차, 배터리, 화학, 전자, 기계, 반도체, 선박, 태양광 모듈, 철강, 운송 장비 등 분야를 예시하였다. 이번 조사는 이러한 분야에서 구조적 과잉 능력과 과잉 생산을 보이는 것으로 판단되는 한국, 중국, EU, 일본, 인도, 멕시코, 베트남 등 16개 경제체를 대상으로 지목하였다.
한국에 대해서는 구조적 과잉 능력과 과잉 생산이 존재한다는 증거로 아래 사항을 지적하였다. 첫째, 한국이 전자 장비,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 기계, 철강, 선박·해양 선박 등의 수출을 중심으로 글로벌 상품 무역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고 하고, 둘째, 한국의 글로벌 상품 무역 수지는 2023년 100억 달러 적자에서 2024년 520억 달러 흑자로 크게 확대되었고, 대미 상품 무역 흑자도 2024년 560억 달러로 증가했으며, 2025년 7월까지 4분기간 약 490억 달러 수준을 유지했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셋째, "한국 정부가 석유화학 부문의 생산 능력 감축 필요성을 인정하였다"고 주장하였다.
3) 강제 노동 생산품 수입금지 조치 불이행 조사4)
USTR은 각국 정부가 강제 노동 생산품의 수입을 금지하거나 이를 실효적으로 집행하지 못하여 미국 상거래를 제한하거나 부담을 주는지 여부를 조사하겠다는 것이다. USTR은 특히 국제적으로 강제 노동 근절에 대한 공감대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다수 국가들이 관련 수입금지 조치를 도입하지 않거나 집행이 미흡하여 강제 노동을 통해 생산된 저가 상품이 글로벌 시장에 유입되고, 그 결과 미국 기업과 노동자가 불공정한 경쟁에 직면하고 있다고 지적하였다. 이에 따라 이번 조사는 각국의 규제 도입 여부뿐 아니라 실제 집행 수준과 효과성, 그리고 이러한 미흡한 대응이 미국 상거래에 미치는 영향까지 포괄적으로 평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중국, EU, 인도, 멕시코, 일본, 호주, 캐나다, 영국, 이스라엘, 노르웨이, 스위스, 브라질, 러시아 등 60개국이 조사 대상이다.
3. 평가와 전망
(조사의 성격) 1995년 WTO 출범 이후 미국은 WTO 분쟁 해결 절차를 우선 활용하며 무역법 제301조 사용을 자제해 왔으나, 트럼프 1기 행정부는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와 강제 기술 이전 문제를 이유로 제301조 조사를 재가동하여 광범위한 범위의 보복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그런데 이번 조사는 과거의 조사가 특정 국을 대상으로 특정 분야에 대해 조사를 실시한 것과는 달리 다수의 경제체를 대상으로 하여 제조업 과잉 능력 및 과잉 생산과 강제 노동 대응 수준이라는 포괄적인 이슈에 대해 대규모 조사를 실시한다는 점에서 과거의 조치와는 다른 접근으로 보인다. 과거에도 '슈퍼 301조'(무역법 제310조)를 통해 우선 협상 대상국을 지정하여 해당 국의 광범위한 분야의 정책과 관행을 조사하는 공세적 통상 정책을 실시한 적이 있으나, 이번 조사는 이보다 더 광범위한 국가군과 정책 전반을 동시에 문제 삼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조사 대상의 확대) 디지털 서비스세, 의약품 가격 규제, 농수산물 시장 접근성, 환경 규제 등이 무역법 제301조에 근거한 추가 조사 대상으로 거론된 바 있는 만큼, 신규 조사 개시 가능성이 있다.
5) 2026년 4월 초 USTR이 발표할 예정인 '국별 무역 장벽 보고서(NTE)'는 주요 교역 상대국의 비관세 장벽을 종합적으로 정리하는 보고서로서, 301조 조사 대상 발굴의 기초 자료로 활용되어 왔다는 점에서 이번 조사 확대의 방향성을 가늠하는 중요한 참고 지표가 될 수 있다.
(조사 완료 후 시나리오) USTR이 7월 말 조사를 완료할 경우, 미국 대통령은 주요국에 대해 기존 상호관세 수준으로 관세를 복원하거나 협력 수준에 따라 추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 또한 이에 추가하여 조사 결과를 협상 레버리지로 활용하여 시장 개방 확대나 비관세 장벽 완화를 요구할 수 있으며, 관세 외에도 서비스 수수료나 지식재산권 관련 조치 등 다양한 비관세 수단을 병행할 가능성이 있다. 나아가 이러한 조치들은 단순한 제재를 넘어 복수 국가를 대상으로 한 새로운 협상 전선을 구축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으며, 관세 부과와 협상 압박을 결합한 일련의 '시리즈형 통상 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4. 시사점과 대응
(평가 및 시사점) 미국은 연방대법원의 위법 판결을 받은 IEEPA 관세에 상응하는 관세 수준을 복원하기 위해 무역법 제301조에 기반하여 관세 부과를 포함한 다양한 수입 규제 조치를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 무역 합의상 기본 관세와 상호관세 수준 복원이 우선적 목표로 보이지만 기존 합의의 이행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미 무역 흑자를 과잉 생산의 증거로 강변하고 있는 바, 대미 적자국인 싱가포르를 조사하면서도 대미 흑자국인 캐나다는 제외한 것에서 보듯 일관성이 없다. 강제 노동에 의한 상품의 수입 규제 관련 조사 방식이나 대상국도 일정한 원칙 없이 선정되어 있는 실정이다. 결국 미국이 칼자루를 쥔 상태에서 양자 협상을 통해 관세를 포함한 다양한 규제 수단을 동원하여 무역 상대국을 압박할 것이다.
또한 그리어 USTR 대표가 의약품 가격 책정, 미국 디지털 기업, 상품 및 서비스 차별, 디지털 서비스세, 해양 오염, 수산물, 쌀 등 분야에 대한 제301조 조사가 이루어질 수 있다고 언급한 만큼 향후 미국의 관세/비관세 압박은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매년 4월 초 각국의 비관세 장벽을 기재한 미국의 NTE 보고서는 비관세 분야의 양자 협상에 주요 어젠다로 상정될 것이다.
(대응 방향) 우리나라는 한미 FTA 발효와 대미 투자 확대로 인해 주력 제조업 제품의 대미 수출이 증가하여 상당 기간 대미 무역 흑자를 유지해 왔음에 비추어 과잉 능력과 생산 관련 방어 논리와 강제 노동 제품의 수입 규제 관련 우리 입장을 정리하여 서면 의견 제출과 공청회에 대비해야 한다. 또한 온라인 플랫폼법, 망 사용료, 클라우드 보안 인증, 의약품 약가 정책 등 그간 미국이 줄기차게 제기해 온 소위 비관세 장벽 이슈들이 제301조 조사의 대상 범위로 확대될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특히 작년 한미 간 무역·투자 합의에도 불구, 비관세 장벽 이슈가 미결 현안으로 남아 있다는 점에도 유의해야 한다. 업계로서도 정부 간 협상 동향은 물론, 미국의 정책 변화와 그 영향에 대한 전사적 모니터링 및 대응 체제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이하 각주]
1) 1974년 제정된 이후 여러 차례 개정되면서, 현재 '제301조'는 일반적으로 무역법 제301조부터 제309조까지를 통칭하는 표현으로 사용된다. 주요 파생 조항으로는 슈퍼 301조(Super 301) - 1988년 종합무역경쟁력법에서 도입, 무역 관행이 불공정한 우선 협상국을 지정하여 제재, 스페셜 301조(Special 301) - 지식재산권 침해국을 우선 감시 대상국으로 지정하는 연례 보고 절차가 있다.
2) 특히 강제 노동과 관련해서는 추가적으로 무역법 제301조(d)(3)(B)(iii)(III)에 따르면, 강제 노동 또는 강제적 노동을 허용하는 행위·정책·관행이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경우, 이는 '불합리한 행위'에 해당한다는 점도 명시하였다.
3) USTR, "USTR Initiates Section 301 Investigations Relating to Structural Excess Capacity and Production in Manufacturing Sectors," March 11, 2026,
USTR Initiates Section 301 Investigations Relating to Structural Excess Capacity and Production in Manufacturing Sectors | United States Trade Representative; USTR, "Fact Sheet: USTR Initiates Section 301 Investigations into Structural Excess Capacity and Production in Manufacturing Sectors", March 2026,
Fact Sheet: USTR Initiates Section 301 Investigations into Structural Excess Capacity and Production in Manufacturing Sectors | United States Trade Representative
4) USTR, "USTR Initiates 60 Section 301 Investigations Relating to Failures to Take Action on Forced Labor," March 12, 2026,
USTR Initiates 60 Section 301 Investigations Relating to Failures to Take Action on Forced Labor | United States Trade Representative
5) 그리어 USTR 대표는 의약품 가격 책정, 미국 디지털 기업·상품·서비스 차별, 디지털 서비스세, 해양 오염, 수산물, 쌀 등 중 우려 분야에 대해 무역법 제301조 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발표하였다. USTR, "Ambassador Greer Issues Statement on Supreme Court IEEPA Decision", February 20, 2026,
Ambassador Greer Issues Statement on Supreme Court IEEPA Decision | United States Trade Representati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