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급 거래에 대한 규제 강화는 현 정부와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의 핵심 정책 기조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와 행정안전부는 하도급국 신설을 포함한 공정위 조직 개편을 검토 중이며, 최근 국무회의에서도 하도급 불공정 거래 관행 해결을 위한 원사업자 제재 강화 방안이 논의되었습니다.
이러한 기조 하에 최근 ‘사인(私人)의 금지청구제’를 도입하는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하도급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였고, 부당 특약의 사법상 효력을 무효화하는 개정 하도급법이 조만간 시행을 앞두고 있습니다. 더불어, 기술 유용 피해 구제 강화를 목적으로 한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의 도입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이하에서는 수급사업자의 권리 구제 수단을 확대하는 최근 주요 입법 동향을 살펴보겠습니다.
1. 사인의 금지청구제 도입: 하도급법 개정안 국회 본회의 통과
사인의 금지청구제를 도입하는 하도급법 개정안이 2025.8.27.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이로써 수급사업자는 12개 유형의 하도급법상 불공정 거래 행위로 피해를 입었거나 입을 우려가 있는 경우, 공정위를 거치지 않고도 법원에 직접 해당 행위의 금지 또는 예방을 청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금지청구가 가능한 12개 행위
① 부당특약 설정(제3조의4), ② 부당하도급대금 결정(제4조), ③ 구매강제(제5조), ④ 부당위탁취소(제8조), ⑤ 부당반품(제10조), ⑥ 대금감액(제11조), ⑦ 대금 부당결제청구(제12조), ⑧ 경제적이익 부당요구(제12조의2), ⑨ 기술자료 제공요구 및 유용(제12조의3), ⑩ 부당대물변제(제17조), ⑪ 부당경영간섭(제18조), ⑫ 보복조치금지(제19조)
특히 기술 자료 제공 요구 및 유용(법 제12조의3)의 경우, 위반 행위를 조성한 물건이나 그에 제공된 설비의 폐기까지 법원에 청구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이는 법원이 금지 청구를 인용하더라도 기술 자료를 유용하여 이미 생산된 물건이나 설비로 인한 피해가 계속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수급사업자가 보다 실효적으로 구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한 조치입니다.
이번 개정안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공포 후 3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될 예정이며, 법 시행 이후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위반 행위부터 적용됩니다.
이번 하도급법 개정으로, 수급사업자는 원사업자의 하도급법 위반 행위를 사전에 또는 초기에 직접 중단시킬 수 있게 되어, 이전보다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2. 부당 특약의 사법상 효력 무효화: 개정 하도급법 시행 예정
하도급법상 부당 특약의 사법상 효력을 무효화하는 하도급법이 2025.10.2.부터 시행됩니다.
종래 대법원은 구 하도급법 제11조에 위반된 대금 감액 약정이라고 하더라도,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 간의 계약의 사법상의 효력을 부인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었습니다(대법원 2011.1.27. 선고 2010다53457 판결). 그러나 이번 개정 하도급법은 부당 특약의 사법상 효력이 부인됨을 명확히 규정하였습니다.
따라서 2025.10.2. 이후 체결된 부당 특약은 그 특약에 한정하여 무효가 됩니다. 다만, 하도급법상 모든 부당 특약의 사법상 효력을 곧바로 부인할 경우 거래 안정성이 저하될 우려가 있으므로, 원사업자가 ① 서면에 기재되지 않은 사항 또는 ② 원사업자가 부담하여야 할 민원 처리, 산업 재해 등과 관련된 비용 및 ③ 입찰 내역에 없는 사항을 요구함에 따라 발생된 비용을 수급사업자에게 부담시키는 약정은 곧바로 무효로 하되, 하도급법 시행령 제6조의4 및 「부당 특약 고시」에 규정된 부당 특약은 당사자 일방에게 현저히 불공정한 경우에 한하여 무효로 규정하였습니다.
2025.10.2.부터 부당 특약의 사법상 효력 무효화 규정이 시행됨에 따라 향후 수급사업자는 부당 특약 관련 분쟁에서 손해 배상 청구 소송보다 입증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한 부당 이득 반환 청구 소송을 활용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3.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 추진
기술 탈취로 인해 피해를 입은 수급사업자를 효과적으로 구제하기 위해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한국형 증거 개시 제도)’의 도입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란 미국 민사 소송에서 활용되는 디스커버리 제도를 한국 실정에 맞게 도입하는 것으로, 기업 간 분쟁에서 피해자가 직접 증거를 확보하기 어려운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법원이 상대방 기업에 기술 자료·계약서·내부 문건 제출을 강제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입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2025.9.10. 산업 경쟁력 강화 관계 장관 회의에서 공정위와 합동으로 “공정한 시장 질서 확립을 위한 중소기업 기술 탈취 근절 방안” 대책을 발표하며,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를 도입한다고 밝혔습니다. 구체적으로, ① 기술 자료·특허·영업 비밀 침해 관련 손해 배상 소송에서 법원이 지정한 전문가가 현장을 조사하고 그 결과가 증거로 인정될 수 있도록 하는 ‘전문가 사실 조사 제도’를 마련하고, ② 법정 밖에서 진술 녹취와 불리한 자료 파기 등을 하지 못하도록 ‘자료 보전 명령 제도’를 도입합니다. 아울러 ③ 법원이 손해 배상 소송에서 중기부·공정위 등 행정 기관에 행정 조사 자료를 제출하도록 강제할 수 있는 권한을 신설합니다.
공정거래위원장 후보도 “최우선적으로, 한국형 디스커버리 및 법원의 자료 제출 명령권을 도입하여 기술 유용 행위를 근절하고 피해 기업에 대한 구제를 강화할 예정”이고, 국회의 하도급법 개정안 관련 입법 논의를 적극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고, 김남근 의원이 2025.8.12. 대표 발의한 하도급법 개정안*도 동일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 법원이 지정한 전문가가 기술 탈취 행위를 한 대기업의 사무실 등을 방문하여 침해 사실 및 손해 입증에 필요한 자료를 열람·복사하거나 장치의 작동 등을 수행한 후 조사 보고서를 법원에 제출하도록 하는 ‘전문가 사실 조사’ 제도(안 제35조의7, 제35조의8), 전문가 사실 조사 이전에 대기업이 자료 또는 장치를 폐기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침해 발생일로부터 1년 이내의 기간을 정하여 해당 자료 및 장치를 보관·관리하는 자에게 보전을 명령할 수 있는 ‘자료 보전 명령’ 제도(안 제35조의10)
이와 같이 법원의 전문가 사실 조사 제도와 함께 공정위 조사를 통해 확보한 증거 자료의 제출이 의무화될 경우, 기술 유용 분쟁에서 수급사업자의 손해의 발생 및 손해액 산정에 대한 입증 부담이 크게 완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4. 시사점
최근의 입법 동향은 행정 제재 중심의 사후적 구제에서 벗어나, 사법 절차를 통한 신속하고 선제적인 권리 구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그 궁극적인 목적은 수급사업자의 실질적 보호를 강화하는 데 있습니다. 이에 따라 원사업자는 내부 컴플라이언스를 재정비하고 하도급법상 기술 유용을 포함한 불공정 거래 행위 가능성이 있는 거래 관행이 존재하지 않는지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 사인의 금지 청구 제도가 도입되면 하도급법상 불공정 행위에 대한 ‘우려’만으로도 금지 청구가 가능하므로, 금지 청구가 가능한 12개 유형의 불공정 거래 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 예방과 법규 준수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 부당 특약의 사법상 무효화 규정이 시행되면, 계약 체결 시 부당 특약에 해당할 위험이 있는 조항이 포함되지 않도록 계약 검토 단계에서 철저한 확인이 필요합니다.
■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가 도입되면 수급사업자의 입증 부담이 완화되어 손해 배상 소송이 활발히 제기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기업은 사전 점검을 강화하고 향후 법적 분쟁에 대비한 증거 관리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법무법인(유) 광장 공정거래그룹은 이러한 입법 동향을 상시적으로 분석하고, 하도급법 및 관련 규정의 개정 내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여 고객에게 가장 최신의 심층적인 법률 자문을 제공해 드리고 있습니다. 본 뉴스레터 관련 사항 또는 기타 공정거래 이슈에 대한 자문이 필요하신 경우, 언제든지 저희 법무법인(유) 광장 공정거래그룹으로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