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통상임금성 판단 기준의 급격한 변화에 따른 실무적 대응 방안 모색
대법원은 2013년 통상임금의 판단 기준으로 소정 근로 대가성, 정기성, 일률성 및 고정성을 제시하면서 ‘재직자 조건’ 내지 ‘근무일수 조건’이 부가되어 있는 임금의 통상임금성을 부정했습니다(대법원 2013.12.18. 선고 2012다89399 전원 합의체 판결). 그러나 이후 2024년에는 통상임금의 판단 기준 중 고정성 요건을 전면 폐기하면서 ‘재직자 조건’ 내지 ‘근무일수 조건’이 부가되어 있는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성을 인정함으로써 종전 판례를 변경했습니다(대법원 2024.12.19. 선고 2020다247190 전원 합의체 판결, 대법원 2024.12.19. 선고 2023다302838 전원 합의체 판결).
대법원은 법적 안정성과 신뢰 보호를 고려하여 대상 사건 및 병행 사건(현재 통상임금의 고정성 요건이 재판의 쟁점이 되어 법원에 계속 중인 사건들)을 제외하고는 새로운 법리가 판결 선고일 이후의 통상임금 산정 시부터 적용된다고 하면서 소급효를 일부 제한하기는 했으나, 통상임금성 판단 기준의 급격한 변화는 종전 판례를 신뢰하고 현재와 장래의 지급 능력 범위 내에서 노사 합의를 통해 임금 체계를 설계했던 사용자에게 예상치 못한 인건비 추가 부담을 부가함에 따라 기업 실무에 적지 않은 파장을 주고 있습니다. 대법원 전원 합의체 판결이 선고된 후 반년 가까이 경과한 현재까지도, 이에 따른 충격과 혼란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하에서는 노사 자치의 관점에서 대법원 전원 합의체 판결이 빚은 충격과 혼란을 극복 내지 완화하기 위한 실무적 대응 방안을 모색해보고자 합니다.
2. 연장ㆍ휴일ㆍ야간 근로 최소화 및 적극적인 연차 유급 휴가 사용 촉진
통상임금은 각종 법정 수당(연장ㆍ휴일ㆍ야간 근로 수당, 연차 휴가 근로 수당, 해고 예고 수당 등)을 산정하기 위한 일종의 도구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하는 각종 법정 수당을 지급할 상황 자체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다시 말해 연장ㆍ휴일ㆍ야간 근로 수당 내지 연차 휴가 근로 수당 등을 지급할 일이 없다면 통상임금이 아무리 높아진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한 추가 인건비는 문제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기업으로서는 (ⅰ) 연장ㆍ휴일ㆍ야간 근로를 최소화함으로써 연장ㆍ휴일ㆍ야간 근로 수당 지급액을 최소화하는 한편, (ⅱ) 직원들이 연차 유급 휴가를 사용 기간 내에 전부 사용하도록 연차 유급 휴가 사용을 촉진함으로써 연차 휴가 근로 수당 지급액을 최소화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3. 소정 근로의 제공 이외의 추가적인 자격 요건 부가
대법원 2020다247190 판결은 소정 근로 대가성과 관련하여 “(지급) 조건의 유형과 내용에 따라서는 조건이 부가된 그 임금 항목의 통상임금성이 부정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해당 임금의 지급 여부와 지급액이 그 임금 항목에 부가된 조건에 좌우되기 때문이 아니라, 해당 임금의 객관적 성질에 따라 통상임금성을 실질적으로 판단하는 과정에서 그 조건이 소정 근로 대가성이나 정기성, 일률성을 부정하는 요소 중 하나로 고려되었기 때문”이라고 판시하면서, 소정 근로 대가성이 부정되는 임금 항목으로서 ‘운수 회사에서 일정 기간 동안 교통사고가 발생하지 않을 것을 조건으로 지급하는 무사고 수당’을 예로 들었습니다. 무사고 수당은 (무사고라는 조건의 성취 여부가 불확실하여 고정성이 결여되기 때문이 아니라) 소정 근로의 제공 외에 ‘무사고라는 추가적인 자격 요건 달성에 대한 보상’으로 지급되므로 소정 근로 대가성이 결여되어 통상임금성이 부정된다는 의미입니다.
앞서 살핀 판례 법리에 의하면, 소정 근로의 제공 외에 추가적인 자격 요건이 부가되어 있는 임금 항목의 경우에는 통상임금성이 부정될 수 있습니다. 추가적인 자격 요건이 부가되어 있음으로 인해 통상임금성이 부정될 수 있는 사례로는 (ⅰ) 생산직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임금 항목에 ‘산업재해 미발생(또는 산업재해 발생 건수 몇 건 이하)’라는 지급 조건이 설정되어 있는 경우, (ⅱ) 영업직 근로자 내지 고객 응대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임금 항목에 ‘고객 불만 사례 미접수(또는 고객 불만 사례 접수 건수 몇 건 이하)’라는 지급 조건이 설정되어 있는 경우, (ⅲ) 사무직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임금 항목에 ‘일정 기준 이상의 업무 수행 실적 충족’이라는 지급 조건이 설정되어 있는 경우 등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개별 기업으로서는 노사 합의를 통해 특정 임금 항목에 소정 근로의 제공 이외의 추가적인 자격 요건을 부가함으로써 통상임금 산입 범위를 일부 조정할 수 있다고 예상됩니다.
4. 근무 성과에 따른 차등 지급을 통한 소정 근로 대가성 배제
위 대법원 2020다247190 판결은 성과급의 통상임금성과 관련하여 “근무 실적에 따라 지급되는 성과급은 단순히 소정 근로를 제공하였다고 지급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업무 성과를 달성하거나 그에 대한 평가 결과가 어떠한 기준에 이르러야 지급되므로, 일반적으로 ‘소정 근로 대가성’을 갖추었다고 보기 어렵다. (...) 다만 근무 실적과 무관하게 최소한도의 일정액을 지급하기로 정한 경우 그 금액은 소정 근로에 대한 대가에 해당한다.”라고 판시하면서, 근무 성과에 따라 차등 지급되는 임금의 통상임금성을 부정했습니다.
그러므로 기업으로서는 노사 합의를 통해 근무 성과에 따라 특정 임금 항목을 차등 지급하는 지급 조건을 설정함으로써 통상임금 산입 범위를 일부 조정할 수 있다고 예상됩니다.
다만 ‘근무 실적과 무관한 최소한도의 일정액’의 의미와 관련해서는 실무상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많은 기업들은 성과 등급을 5단계 (S-A-B-C-D)로 구분하고 있는데, 거의 모든 직원들에게 (Sㆍ)AㆍBㆍC 등급 중 하나의 등급을 부여하고 업무 능력, 근무 태도 등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극소수의 직원들에게만 D 등급을 부여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상당히 오랜 기간에 걸쳐 D 등급을 받은 직원이 단 한 명도 없는 사례도 실무상 발견됩니다.) 이 경우 ‘근무 실적과 무관한 최소한도의 일정액’의 기준이 되는 금액(=통상임금에 포함되어야 하는 금액)은 C 등급 직원에 대한 지급액인지, D 등급 직원에 대한 지급액인지 문제가 됩니다.
이에 대해서는 명확한 선례가 발견되지 않아 논란의 여지가 있기는 하지만, D 등급 기준 규정이 사실상 사문화되어 사업장 내에서 규범력을 발휘할 수 없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단순히 D 등급을 부여할 정도로 업무 능력, 근무 태도 등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직원이 없거나 적어서) D 등급을 부여한 사례가 없거나 적다는 이유만으로 C 등급 직원에 대한 지급액을 ‘근무 실적과 무관한 최소한도의 일정액’의 기준이 되는 금액(=통상임금에 포함되어야 하는 금액)으로 볼 것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5. 통상임금 산정의 기준 시간수 재설정을 통한 통상 시급 조정
월급 금액으로 정한 통상임금을 시간 급 금액으로 환산하면 “그 금액을 월의 통상임금 산정 기준 시간수 (= 주의 통상임금 산정 기준 시간수에 1년 동안의 평균 주의 수를 곱한 시간을 1년에 해당하는 개월 수인 12로 나눈 시간)로 나눈 금액”이 되는데, 이때 “주의 통상임금 산정 기준 시간수”란 “주의 소정 근로 시간과 소정 근로 시간 외에 유급으로 처리되는 시간을 합산한 시간”을 의미합니다 (근로基준법 시행령 제6조 제2항 제3호, 제4호).
그리고 여기에서 말하는 ‘유급으로 처리되는 시간’의 의미와 관련하여 (ⅰ) 위 대법원 2020다247190 판결의 원심 (서울고등법원 2020.6.19. 선고 2018나2037060 판결)은 “유급 휴일에 근무한 것으로 의제하여 총 근로시간에 포함되는 시간은 근로기준법 등 법령에 의하여 유급으로 처리되는 시간에 한정되지 않고, 근로계약이나 취업 규칙 등에 의하여 유급으로 처리하기로 정해진 시간도 포함된다.”라고 판시했고, (ⅱ) 위 판결의 제1심 (서울남부지방법원 2018.6.8. 선고 2016가합2315 판결)은 “근로기준법 제55조는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1주일에 평균 1회 이상의 유급 휴일을 주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토요일 유급 휴일 여부 및 유급 처리 근무 시간은 노사 간의 합의에 따라 정할 수 있다.”라고 판시했습니다 (대법원은 위와 같은 판단에 통상임금 산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고 봤습니다.).
위와 같은 판례 법리에 의하면, 월급제 근로자의 통상임금 산정 기준 시간수는 (ⅰ) 토요일을 무급 휴일로 정한 경우 209시간 [={주소정 근로 시간 40시간 + 유급 처리 시간 8시간 (일요일 8시간)} ÷ 7일 x 365일 ÷ 12개월, 소수점 첫째 자리에서 반올림 (이하 동일)]이 되고, (ⅱ) 토요일 4시간을 유급 처리하기로 정한 경우 226시간이 됩니다.
[=주소정근로시간 40시간+유급처리시간 12시간(토요일 4시간+일요일 8시간)÷7일x365일÷12개월이 되며, (ⅲ) 토요일을 유급 휴일로 정한 경우 243시간 = 주소정근로시간 40시간 + 유급처리시간 16시간 ( 토요일 8 시간 + 일요일 8 시간 ) ÷ 7일 x 365일 ÷ 12개월 = 주소정근로시간40시간+유급처리시간16시간(토요일8시간+일요일8시간)÷7일x365일÷12개월이 됩니다.
그리고 앞서 살핀 바와 같이 유급 처리 시간은 근로 기준법 등 법령에 의하여 유급으로 처리되는 시간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므로, 노사는 당사자 간 합의를 통해 토요일뿐만 아니라 일반적으로는 무급으로 처리되는 휴게 시간을 유급으로 처리하는 방법도 가능합니다. 만일 휴게 시간 (1일 1시간, 1주 5시간 기준)을 유급으로 처리한다면, 통상임금 산정의 기준 시간수는 (ⅰ) 토요일이 무급 휴일인 경우 230시간 =(주소정근로시간 40시간 + 유급처리시간휴게시간 5시간 + 일요일 8시간 )÷ 7일 x 365일 ÷ 12개월 =(주소정근로시간40시간+유급처리시간휴게시간5시간+일요일8시간)÷7일x365일÷12개월이 되고, (ⅱ) 토요일 4시간 유급 처리의 경우 248시간 =(주소정근로시간 40시간 + 유급처리시간휴게시간 5시간 + 토요일 4시간 + 일요일 8시간 ) ÷ 7일 x 365일÷12개월=(주소정근로시간40시간+유급처리시간휴게시간5시간+토요일4시간+일요일8시간)÷7일x365일÷12개월이 되며, (ⅲ) 토요일이 유급 휴일인 경우 265시간 =(주소정근로시간40시간+유급처리시간휴게시간5시간+토요일8시간+일요일8시간)÷7일x365일÷12개월=(주소정근로시간40시간+유급처리시간휴게시간5시간+토요일8시간+일요일8시간)÷7일x365일÷12개월이 됩니다.
이렇듯 판례는 노사가 어떤 임금 항목이 통상임금에 해당하는지를 합의로 정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한 판단과 달리 통상임금 산정의 기준 시간수와 관련하여서는 노사의 자율을 비교적 존중하고 있습니다. 이를 감안할 때 개별 기업에서 통상임금 관련 제도를 정비함에 있어서, 가능한 경우라면 노사 간의 합의를 통해 통상 시급 산정의 기준 시간수를 조정함으로써 전체 인건비 상승 규모를 합리적인 수준으로 감축시키는 방안도 고려될 수 있습니다.
6. 마치며: 노사 자율성 존중 필요, 개별 임금 항목보다 전체 임금 수준이 본질
위 대법원 2012다89399 전원 합의체 판결 당시 별개의견의 내용, 즉 노사 모두는 사용자의 현재와 장래의 지급 능력을 고려ㆍ예상하여 임금 중 일부는 연장 근로 등에 대한 임금에 영향을 미치는 기본급이나 수당 (통상 근로에 대한 임금)으로 지급하고 나머지 일부는 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상여금이나 수당 (총 근로에 대한 임금)으로 지급하는 것으로 합의할 필요가 존재한다는 지적은 통상임금을 둘러싼 혼란을 해소함에 있어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노사가 개별 기업이 처한 당면한 상황을 토대로 스스로의 권한과 책임에 따라 임금의 실질과 임금 지급의 형식을 결정한 것은 법률적인 차원에서도 존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보다 본질적으로 임금이란 근로 제공과 더불어 근로 계약의 가장 주된 급부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에 주목한다면 전체적인 임금 수준은 제공되는 근로의 양과 질, 개별 기업의 지급 여력 및 해당 기업이 속한 산업의 성장 가능성, 노사 쌍방의 교섭력 등에 따라 결정됨이 너무도 당연할 것이며, 개별 임금 항목을 어떠한 형식과 조건에 따라 지급할 것인지, 즉 개별 임금 항목의 지급 기준은 전체적인 임금 수준을 결정함에 있어서는 부차적인 의미에 그쳐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아무쪼록 필자들이 앞서 제안한 실무적 대응 방안들이 이번 전원 합의체 판결로 인하여 왜곡된 임금 체계 등을 바로잡는 데에 도움이 되고, 통상임금을 둘러싼 일련의 쟁송과 갈등들이 우리의 임금 제도를 보다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 이 글은 송현석 / 오용수 변호사가 월간 노동법률 2025년 5월호에 게재한 글을 수정 / 보완한 것입니다.
1) 임금의 지급액은 사용자의 지급 능력에 좌우되는 것이지 지급 방식에 좌우되는 것은 아니므로, 통상임금 산입 범위와 임금 인상률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재직자 조건 등이 부가된 임금의 통상임금성이 인정되는 경우의 임금 인상률과 부정되는 경우의 임금 인상률은 결코 동일할 수 없습니다.
2) 통상임금성 판단 기준에서 제외된) 고정성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3) 사업주 또는 경영 책임자 등은 사업주나 법인 또는 기관이 실질적으로 지배ㆍ운영ㆍ관리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종사자의 안전ㆍ보건상 유해 또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그 사업 또는 사업장의 특성 및 규모 등을 고려하여 재해 예방에 필요한 인력 및 예산 등 안전보건 관리 체계의 구축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를 취하여야 하고(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4조 제1항 제1호), 여기에서 말하는 안전보건 관리 체계의 구체적인 사항에는 “사업 또는 사업장의 안전ㆍ보건에 관한 목표와 경영 방침을 설정할 것”이 포함되므로(동법 시행령 제4조 제1호), 사업장의 안전ㆍ보건에 관한 목표를 설정하고 그 이행 여부ㆍ정도에 따라 특정 임금 항목의 지급 여부ㆍ지급액을 달리함으로써 임직원들로 하여금 재해 예방에 대한 동기를 부여하는 것은 경우에 따라 안전보건 관리 체계 구축 및 이행의 일환으로도 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