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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사법재판소, 신고요건 미충족 기업결합에 대한 EU의 관할권 행사 부인

Published on
2024.09.25

EU 사법재판소는 2024.9.3. 유전자 분석 장비 제조업체인 일루미나(Illumina)가 다중 암 조기 검사(multi-cancer early detection, MCED) 테스트 개발 업체인 그레일(Grail)을 인수하는 기업결합에 대해 EU 집행위원회가 기업결합 심사 권한이 있다고 인정한 EU 일반법원(EU General Court)의 판결을 파기하였습니다(이하, 대상 판결). 대상 판결로 인해 EU 집행위원회가 EU 및 회원국에서 기업결합 신고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지만 잠재적으로 경쟁 제한 우려가 있는 기업결합(소위 Killer Acquisition)에 심사 권한을 확대하는 것에 제약이 발생했습니다.

1. 거래의 개요 및 EU 집행위원회의 기업결합 규제
    ① 거래 개요 및 EU 집행위원회 관할권 행사
        그레일은 2016년에 일루미나로부터 분사하여 설립된 회사입니다. 일루미나는 그레일의 분사 후 2021.8. 그레일의 지분 전부를 USD 80억 달러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당시 그레일은 특별한 매출액이 없었기 때문에, 일루미나가 그레일을 인수하는 거래는(기업결합의 각 당사회사가 일정한 매출액 또는 자산 총액 요건을 충족해야 신고 의무가 발생하는) EU 및 EU의 각 회원국에서 기업결합 신고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나 EU는, EU 기업결합 규정(EU Merger Regulation, EUMR) 제22조를 확장 해석하여, EU는 물론이고 EU 회원국에서도 신고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거래에 대해 기업결합 심사를 진행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일루미나의 그레일 인수에 대한 심사를 진행하였습니다.
즉, 일루미나의 그레일 인수에 관련하여, EU 집행위원회는 프랑스, 벨기에, 그리스 등(해당 거래가 신고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 회원국의 신청에 따라 2021.4. 기업결합 심사를 개시하였고, 종국적으로 일루미나가 EU 집행위원회의 승인 없이 그레일을 인수한 것에 대하여, EU 집행위원회는 2023.7. 일루미나에 대해 EUR 4억 3,200만, 그레일에 대해 EUR 1,000의 벌금을 각각 부과하였습니다.

    ② EU 기업결합 규정 제22조
        EUMR 제22조는, EU 차원의 기업결합 신고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 기업결합이라 하더라도 ① EU 회원국 간의 거래에 영향을 미치고(affects trade between Member States) ② 회원국들의 경쟁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위험이 있는 경우(threatens to significantly affect competition within the territory of the Member State or States making the request)에는 회원국의 요청에 따라 해당 기업결합에 대한 EU 집행위원회가 심사를 진행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EU 집행위원회는 기존에는 주로 기업결합 신고에 관한 구체적인 매출액 요건을 규정하고 있지 않았던 회원국이나, 해당 거래가 회원국 내에서 신고 요건을 충족하지만 EU 차원에서 심사를 진행하기를 원하는 회원국의 요청에 따라 EUMR 제22조를 적용하여 심사를 진행하였습니다. 그러나 EU 집행위원회는 2021.3. EUMR 제22조를 새롭게 해석하여, 특정 회원국이 “자국의 신고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에 한하지 않고, 제22조의 요건을 충족하는 거래”에 대해서는 제22조에 따라 EU 차원의 심사를 청구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https://eur-lex.europa.eu/legal-content/EN/TXT/?uri=CELEX%3A52021XC0331%2801%29 참조 ). EU 집행위원회의 이와 같은 해석은 Killer Acquisition에 대한 집행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것으로 이해되었으나, 동시에 EU 및 각 회원국의 국가별 신고 요건 규정을 무력화하고 기업결합 심사에 대한 회사들의 예측 가능성을 침해한다는 우려도 제기되었습니다.

2. EU 일반법원 및 EU 사법재판소의 판단
    ① EU 일반법원의 판단
        EU 일반법원은, EU 집행위원회가 EUMR 제22조에 따라 회원국의 요청을 받고 일루미나의 그레일 인수를 심사한 것이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하였습니다. EU 일반법원은 EUMR의 문언적, 역사적, 구성적, 목적적 해석론을 각각 고려할 때 EUMR 제22조가 (EU의 심사를 신청한) 회원국의 국내법적 신고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기업결합에 적용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EU 일반법원은 또한, EUMR 제22조를 달리 해석할 경우 EU 집행위원회 및 회원국 모두 잠재적으로 경쟁 제한적인 기업결합을 심사할 권한을 갖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판시하였습니다.

    ② EU 사법재판소의 판단
        그러나 EU 사법재판소는 기업결합에 대한 심사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은 회원국이 EUMR 제22조에 근거해 EU 집행위원회에 심사를 요청하더라도 EU 집행위원회가 이러한 기업결합을 심사할 권한을 갖지는 못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EU 사법재판소는, EUMR의 역사적인 해석에 따를 때 제22조가 “자국 신고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 회원국의” 심사 신청을 명시적으로 인정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또한, EU 사법재판소는 EUMR 제22조가 “EU 내 경쟁 제한적 기업결합을 효과적으로 규제하기 위한 시정 장치(corrective mechanism)”라는 EU 일반법원의 판단을 기각하였고, EUMR 제22조는 (i) 기업결합 심사 제도를 갖추고 있지 않은 회원국의 경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업결합의 심사 및 (ii) 여러 회원국에서 신고 대상이 되는 거래에 대하여 EU 집행위원회가 통합적으로 심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제도적 의의가 있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또한 EU 사법재판소는, 제도적 관점에서 EUMR은 EU 집행위원회 및 각 회원국 경쟁 당국의 권한을 명확하게 분배하고 예측 가능한 기업결합 심사 제도를 구축하는 기능을 하여야 하고, EU 집행위원회는 EU 의회를 통하여 기업결합 신고 요건을 개정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EU 집행위원회가 EUMR 제22조의 해석론만을 근거로 심사 권한을 확대할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위와 같은 EU 사법재판소의 판단에 따라, EU 집행위원회의 EUMR 제22조에 대한 해석은 효력을 갖지 못하게 되었고, EU 집행위원회가 부과한 과징금 역시 취소되었습니다(다만 일루미나는 EU 집행위원회의 명령에 따라 그레일의 매각을 이미 완료하여, 그레일에 대해 14.5%의 지분만을 보유한 소수 주주로의 지위를 가질 예정입니다).

3. 시사점
    EU 사법재판소의 판단에 따라, 기업결합의 당사회사들은 EU 및 회원국 차원에서 신고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 거래에 대한 EU 집행위원회 심사의 개시 가능성을 고려할 필요가 당분간은 낮아진 것으로 보입니다. EU의 디지털시장법(Digital Market Act) 제14조는 시장의 gatekeeper가 일정한 기업결합에 대해서는 신고 요건의 충족 여부와 관계없이 EU 집행위원회에 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대상 판결로 인해 EU 집행위원회가 EU 및 회원국의 기업결합 신고 요건을 갖추지 못한 기업결합에 대해 심사를 개시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각 경쟁당국이 디지털 시장, 제약, 바이오기술 등 최신 기술과 관련된 Killer-acquisition을 효과적으로 규율하기 위한 고민을 지속하고 있고, 이에 따라 각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신고 요건 및 심사 실무 역시 지속적으로 변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예를 들어 덴마크, 헝가리, 이탈리아 등 일부 EU 회원국들은 기존 신고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 기업결합을 심사할 수 있도록 법령을 변경하였고, 프랑스 등 일부 회원국들은 대상 판결 이후 그들의 기업결합 신고 요건을 개정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EU 집행위원회 역시 EU 사법재판소의 결정에 대하여 2024.9.3. 성명을 발표하면서 (i) EU 회원국이 (자국의 신고 요건을 충족하는 거래에 대하여) EUMR 제22조에 의거하여 심사를 청구할 경우 필요에 따라 심사할 것이고, (ii) 개별 EU 회원국 중 자국의 기업결합 신고 요건을 충족하지 않더라도 경쟁 제한 우려가 있는 거래에 대해 심사할 수 있도록 법령을 개정한 국가들이 있어 EUMR 제22조의 적용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하면서, (iii) EU 차원의 신고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경쟁 제한 우려가 있는 거래들을 효과적으로 검토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자산 총액 및 매출액이 작지만 사업 잠재력이 높은 회사와의 기업결합을 계획하는 회사들로서는, 향후 EU를 포함한 각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신고 요건 및 심사 실무의 변동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참고로 우리 공정거래법도 2021년 말 개정되어 거래 금액에 기반한 기업결합 신고 기준이 새로 도입되었습니다. 자산 또는 매출액 300억 원에 미달하는 소규모 회사에 대한 기업결합의 경우에도 (i) 해당 결합의 대가로 지급되는 거래 금액이 6,000억 원이고, (ii) 결합되는 기업이 국내 시장에서 상당한 수준으로 활동하는 경우에는 기업결합 신고를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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