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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남형두 변호사, 스크린쿼터 축소 경제적 실익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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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ype
언론보도
Published on
2006.02.09
동아일보 2006년2월8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 앞서 정부가 스크린쿼터(한국 영화 의무상영 일수)를‘146일 이상’에서 ‘73일 이상’으로 줄이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와 관련해 지금까지의 논란은 주로 ‘영화산업 보호는 언제까지 필요한지’ ‘과연 영화는 통상논리로 접근하면 안 되는지’ 등에 집중돼 있었다. 하지만 오늘 이 자리에서는 ‘쿼터 축소가 경제적 국익 관점에서는분명히 이익인가’를 따져보고자 한다.》

■보호장막 걷기엔 이르다

지난 10여 년간 영화인들의 노력으로 지켜 낸 스크린쿼터 제도는 국내 영화시장을 성장시키는 데 기여해 왔다. 그런데 최근 국내 영화관의 한국영화 상영비율이 60%를 넘어섰다는보도와 함께 “FTA가 체결되면 국내총생산(GDP)이 2% 증가하고, 일자리가 10만여 개 창출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은, 보호의 장막을 걷어 버리기에는 아직도 영세한 대다수 영화인들의 입지를 위협하고 있다.

스크린쿼터 축소는 한미 FTA 협상 개시의 최후 난제로 여겨져 왔다. 여기서 미국이 한국의경쟁력 있는 가전제품과 휴대전화 등 공산품에 자국의 안마당을 내주면서까지 스크린쿼터축소에 집착하고 있는 의도가 무엇인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04년에 개봉되었던 영화 ‘알렉산더’는 미국 영화인들에게 큰 깨달음을 주었다. 미국 내흥행에 실패해 당연히 적자가 예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는 흑자를 기록했던 것이다. 이는 해외 시장에서 미국 시장의 적자를 메우고도 남을 수익이 발생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소니, 디즈니, 워너브러더스 등 세계 3대 영화사와 세계에서 가장 큰 소비 시장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은 해외 부분의 파이가 이렇게 큰 줄 미처 몰랐던 것이다.

세계무역기구(WTO) 체제하에서 전 세계는 급속도로 하나의 시장이 되고 있다. 세계시장에서 미국이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분야는 크게 농축산물과 군수, 그리고 엔터테인먼트를 중심으로 하는 지적재산 산업 등 3개다. 이들 산업은 미국의 무역 역조를 감소시키는 역할을하고 있는데, 앞의 2개 분야에서는 사실 우리가 미국과 경쟁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영화를 중심으로 한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좀 다르다. 이 산업에서 미국은 세계 시장의 절반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 10여 년 동안 국지적으로나마 미국 주도의 엔터테인먼트 시장에 균열을 가져온 것은 다름 아닌 동아시아 시장에서 불고 있는 한류 열풍이다. 한류 시장에서 한국은 마치 세계 시장에서 미국과 같은 지위를 갖고 있다.

동아시아지역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 한국이 강자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시장의 지속적인 유지가 필수다. 국내에서 군불을 계속 지펴야만 이 지역에서 그 호조세가 지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스크린쿼터의 축소는 장기적으로 한류시장의 위축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호모 루덴스(유희적 인간)’로 정의되기도 하는 인간은 항상 놀이를 원하고 있고 그 시장은언제나 존재해 왔다. 게다가 중국을 비롯한 한류 소비 지역의 경제적 급성장으로 동아시아지역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대한 수요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가 미국과의 FTA 체결에 지대한 관심을 갖는 이유 중 하나는 미국이라는 세계에서 제일 큰 소비 시장을 확보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를 지렛대로 하여 중남미 시장에까지 그 영향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공산품 시장을 내주면서까지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시장에 그토록 들어오려고 하는 미국의 의도가 단지 우리의 엔터테인먼트 시장만을 겨냥한 것일까. 우리에게막대한 부를 가져다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더욱 그렇게 되어야 할 한류 시장이 그 타깃은 아닌지, 그렇다면 그 경제적 손익이 어떻게 될지도 다시 한번 따져봐야 할 것이다.


남형두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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