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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남형두 변호사, 지식재산권이 경쟁력 원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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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 Published on
- 2006.04.26
매일경제 2006년4월25일
디즈니, 타임워너, 파라마운트, 20세기폭스, 유니버설스튜디오 등 우리에게도 친숙한 전미영화협회
소속 영화사들은 최근 삼성전자를 상대로 로스앤젤레스 연방법원에 DVD 플레이어의 리콜을 요청하
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 영화사 주장에 따르면 삼성 DVD 플레이어의 리모컨으로 특정 숫자를 입력하면 불법복제 방지
를 위한 암호기능이 풀려 결과적으로 영화를 대량 복제하는 것이 가능하게 됐다는 것으로 삼성전자
의 이른바 기여책임을 묻고 있다. 현재까지는 리콜을 요청하는 재판이 진행 중이지만 이들 영화사가
지난해 영화 콘텐츠 불법복제로 입은 손해가 54억 달러라고 하니 조만간 거액의 손해배상청구소송
이 제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30여 년 전 이 영화사들 중 일부는 소니의 VTR가 불법복제를 부추긴다는 이유로 손해배상청구소송
을 제기한 적이 있다.
이들이 삼성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은 VTR가 DVD 플레이어로 바뀌었을 뿐 소니 소송과 본질적으로
는 크게 다르지 않다. 소니 소송 때와 마찬가지로 삼성측은 살인사건이 났다고 해서 칼을 만든 사람
이 책임을 져야 하는가라는 식의 방어를 할 것이고, 영화사측은 어쨌든 삼성의 DVD 플레이어 때문
에 불법복제가 가능하게 되었으므로 이에 기여한 책임과 결과적으로 발생한 손해에 대하여 책임을
져야 한다는 식의 공격논리를 펼 것이다. 이와 같이 새로운 기술발전에 따라 콘텐츠를 갖고 있는 저
작권자들과 이를 대중의 이용에 제공하는 정보통신 또는 전자제품 업체 사이의 분쟁은 앞으로도 지
속될 것으로 보인다.
70, 80년대 소니는 전세계의 전자제품 시장을 장악한 기업이었다. 세계적인 미국 영화사들이
과거에는 소니를 상대로 하다가 이제 삼성을 타깃으로 삼는 것을 보니, 삼성전자를 비롯한 우리나라
전자ㆍ정보통신산업이 세계 최정상의 위치에 있음을 확인해 주는 것 같기도 하여 의미가 없지 않다.
그러나 이제 소송의 초기이므로 섣불리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만약 패소해 거액의 손해를 배상하게
된다면 그야말로 밑 빠진 독에 물 부은 격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된다.
정보통신기술, 전자산업에 있어서 세계 최고인 우리나라 기업이 더 이상 저작권 또는 지식재산권을
소홀히 취급해서는 안된다. 정보통신산업에 있어서 이용자의 편의는 가장 중요한 경쟁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를 강조한 나머지 지식재산권(IP)인 콘텐츠의 보호를 수반하지 않는다면, 세계시장에서 살
아남을 수 없다. 실제로 수년 전 삼성전자는 VCR의 미주시장 TV 광고에서 지식재산권을 침해했다
는 이유로 수십만 달러의 손해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은 적이 있는데 그 금액보다도 이 케이스는 미
국의 지식재산권법 교과서에 가장 많이 인용되는 사례가 되고 있다는 점에서 씁쓸하다. 삼성전자뿐
만 아니라 국내 기술관련 회사들은 미국에서 각종 특허분쟁에 있어서 기술사용료가 아닌 소송비용
등으로 해마다 수천만 달러의 돈을 쓰고 있다고 한다.
그런 점에서 최근 삼성전자가 최고경영자에 CPO(Chief Patent Officer)를 두기로 결정한 것은 매우
시의적절한 것이라 평가된다. 제약회사를 중심으로 CTO(최고기술 경영자)를 두는 경우가 더러 있었
지만 지식재산권을 법적으로 보호하는 것을 주 임무로 하는 CPO는 국내기업으로서는 처음이 아닌
가 싶다.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여 상용화하는 기업의 경우 기술개발에 막대한 돈을 투자하여 제품을 출시했는
데 그 제품이 타 회사의 특허권을 침해하는 때가 더러 있다. 이 경우는 처음부터 기술개발 대신 라이
선스료를 지급하고 기술을 이용하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
침해 가능성을 사전에 점검함으로써 직접 기술개발을 할 것인지, 아니면 돈을 주고 기술을 도입할 것
인지 판단하기 위해 프로젝트 초기 단계부터 지식재산권 전문가들로 하여금 선행 유사기술에 대한
지도를 그리게 하는 것은 주요 선진기업에 있어서 이제 생소한 일이 아니다.
오늘은 세계 지식재산권의 날이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옛말처럼 아무리 좋은 기술
과 문화도 그것을 지식재산권으로 엮어내지 않으면 외화내빈이 되기 쉽다.
남형두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