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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이은재 변호사, 투자분쟁 중재제도 논란의 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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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ype
언론보도
Published on
2007.04.17
한국일보 2007년4월16일


[한국시론]투자분쟁 중재제도 논란의 허실


최근 타결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투자분쟁의 해결을 위해 투자자와 국가 사이의 중재절차를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투자분쟁 중재제도가 주권과 국익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주장이 한미 FTA 반대세력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 주장이 전혀 잘못된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국제조약에 따른 중재판정이나 국제사법재판소와 같은 국제법원의 판결은 국가를 구속하기 때문이다.

한미 FTA도 협정에 따라 투자자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중재판정에 대하여 당사국들이 따르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이는 다른 모든 조약과 같이 국제법에 따라 그 당사국을 구속하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만을 본다면 우리나라의 주권이 제한되는 모습을 보이게 된다.

●주권침해 주장은 현실과 괴리

하지만 본래 국제법상 조약이나 중재판정, 국제법원의 판결 등으로 국가의 주권이 제한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따라서 주권이 제한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는 한미 FTA에 대한 반대의 논거로 삼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미 FTA의 내용과 그에 따른 중재가 주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측면이 있는가는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한미 FTA를 살펴보면 내국민 대우, 최혜국 대우, 공정하고 공평한 대우, 이행의무 부과금지, 수용과 보상, 송금보장 등의 내용이 있으나, 이는 우리나라가 이미 체결한 조약들에 상당수 포함돼 있어 새로운 것이라 하기 어렵다.

현재 우리나라는 80개국과 양자간 투자협정을 맺었고 칠레 싱가포르 등과는 FTA를 체결했으나, 관련 조약들에서 위와 같은 조항들이 문제가 있는 것으로 지적된 바가 없었다. 그리고 최근엔 투자 관련 조약에서 중재에 의한 투자자-국가 간 분쟁해결(ISD)은 일반적으로 채택되는 추세다.

그렇다면 한미 FTA의 경우는 왜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가를 따져봐야 한다. 우선 북미 자유무역협정(NAFTA) 하에서 투자자를 과도하게 보호하는 중재 사례가 있었는데, 이로 인해 한미 FTA에서도 그와 같은 사례가 발생하지 않겠는가라는 우려가 생긴 것 같다. 하지만 본래 FTA 투자분쟁 조항은 양날의 칼과 같다.

자국의 투자자를 보호하면서도 외국의 투자자에 의해 이용될 수도 있으므로 어느 한 쪽 투자자의 이익을 편파적으로 보호하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한미 FTA가 모델로 삼는 NAFTA의 경험에 비추어도 그러하다.

실제로 NAFTA 하에서 몇몇 중재판정은 과도한 투자자 보호의 문제가 있었다. 특히 캐나다의 투자자들이 미국을 상대로 제기한 중재 사건들은 미국에게 새로운 현실을 인식하도록 하였다.

이러한 사태에 대응하여, NAFTA 당사국들은 NAFTA에 대한 해석 지침을 작성하기도 했고, 특히 미국은 2003년 이래 체결되는 FTA에는 NAFTA 조항을 모델로 하면서도 수용이나 간접수용에 대한 추가 합의문을 넣어 그 범위 조정을 시도하고 있다. 따라서 몇 개의 중재판정에 근거한 비관론은 적절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반대보다 제도보완 힘써야

물론 일반적으로 중재판정은 법원 판결보다 안정적이지 않으며, 세계적으로 중재를 통한 투자분쟁 해결은 1990년대 이후에야 활발히 시도되고 있다.

NAFTA에서도 충분한 사례가 축적되었다고 할 수 없다. 다만 투자분쟁 중재제도의 부족한 면을 개선하는 노력은 NAFTA 모델의 FTA를 체결한 국가들에서 꾸준히 계속되고 있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상당한 안정성을 갖출 것으로 예상된다.

도하 라운드(DDA) 다자간 무역협상이 정체된 현실에서 국가간 교역증진과 경제협력의 필요성이 증대하고 있으며 NAFTA와 같이 무역과 투자를 결합한 FTA는 거부하기 어려운 대세이다.

세계 각국이 FTA를 통하여 경쟁협력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를 찾고 있는 오늘날, 투자분쟁 중재제도가 충분히 검증된 다음에 FTA를 체결하여야 할 것인지는 매우 의문이다.


이은재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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