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11월 12일자
[기고] 돈빌려 진행하는 M&A의 기준
최근 수년간 국내외에서 인수ㆍ합병(M&A)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기존 기업과 시너지를 높이고 저평가된 기업을 사들여 매각이익을 얻으려는 목적이었다. 국내에서는 대우그룹 계열사들과 외환위기 이후 부실해진 기업들이 매물로 많이 등장했다.
특징적인 현상들을 보면 △기업집단 재편 또는 구조조정을 위한 M&A 증가 △국제적 M&A 증가 △적대적 M&A 증가 △투자펀드에 의한 M&A 참가 확대와 LBO 증가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M&A는 기본적으로 재무적인 현상과 법률적인 현상 등 두 가지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다. 재무적 측면에서는 자금 이동현상이다. 주로 투자자금 회수 방안으로서 M&A와 기업공개(IPO)가 논의된다.
법률적인 측면에서 M&A는 경영권 양도 또는 기업 자산 이동이다. 자본시장이 좋지 않았던 지난해와 올해는 세계적으로 IPO 건수는 줄고 M&A 건수는 늘었다.
특히 두드러진 것이 LBO를 이용한 방식이다. LBO는 `Leveraged Buyout` 약자로 흔히 `후불제 매수`라고 불린다. 매수하려는 대상 회사 장래 현금흐름을 담보로 제공하고 매수자가 돈을 빌리는 방법이다.
LBO 특징은 △일정한 수익을 내는 기업 주식 과반수 또는 사업을 취득하고 △투자한 기업에 대해 장기적으로 경영에 참여하며 △적절한 시기에 지분을 매각해 투자이익을 실현하는 3단계로 요약된다.
대표적인 사례로 외국에서는 1988년 KKR라는 사모펀드가 식품ㆍ담배 업체인 RJR나비스코를 인수한 것, 2007년 인베스터라는 사모펀드가 미국 전기ㆍ가스 공급회사인 TXU라는 회사를 인수한 것 등을 들 수 있다. 국내에서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대우건설 인수, 두산의 밥캣 인수 등에 LBO 기법이 이용됐다.
LBO는 기본적으로 돈을 빌려서 기업을 사들인 뒤 주주자본수익률(ROE)을 극대화하는 금융조달 수법이다. 대상 기업의 기존 경영진이 돈을 빌려서 대상 기업을 인수하는 MBO도 LBO의 한 유형이다.
돈을 빌려서 회사를 인수하는 LBO 방식은 대상 기업이 매년 꾸준히 영업이익을 올려 이자를 갚을 수 있다면 별 탈이 없다. 문제는 과도한 차입으로 이자 부담이 큰 상황에서 회사 경영마저 안정되지 못할 때 발생한다. 차입금 이자 상환 부담이 커지면서 건전한 기업이 파탄에 이를 수도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대상 회사 자산을 담보로 제공해 대상 회사 매수자금을 차입할 때는 안전장치를 두도록 하고 있다. 기업이 부실해져 담보를 매각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면 이를 보전할 수 있는 적정한 담보나 반대급부를 제공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어기면 대상 회사 대표이사 등에게 형법상 업무상 배임죄가 성립될 수 있다.
그러나 매수자가 특수목적회사(SPC)를 설립하고 이 회사가 취득하는 대상 회사 주식 등을 담보로 제공하고 빌린 차입금으로 매수자금을 지급할 수 있다. 이어 대상 회사와 SPC가 합병하는 LBO 방식에 대해서는 아직 대법원 판례는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LBO 방식으로 인한 M&A에서 배임죄 여부는 여전히 논란거리다. 이로 인해 최근 국내 공기업 경영권 매각에서 LBO 방식으로는 자금을 조달하지 않도록 전제조건으로 두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현실적으로는 법원 판례가 확정되기 전에 LBO 위법성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다만 자본시장법에서 사모펀드(PEF)가 설립한 특수목적회사에 자기자본 200%까지 차입을 허용하고 있다. 이것을 LBO 차입 기준으로 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강희주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