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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정진영 변호사, '항공기 운항자의 지상 제3자에 대한 무과실책임의 도입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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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ype
언론보도
Published on
2010.06.24

법률신문 6월 24일자


항공기 운항자의 지상 제3자에 대한 무과실책임의 도입 문제


- 정부가 제출한 상법개정안에 대한 반대의견

1.  머리말

정부(법무부)는 2008. 12.31.자로 상법 일부개정 법률안으로 제출하였다. 그 주된 내용은 상법 제6편을 신설하여 거기에 항공운송법과 관련된 내용을 규정한다는 것이다. 상법 개정안(제6편 항공운송)은 3개의 장으로 구성되는데 그 중 제3장이 항공기 추락이나 항공기로부터의 추락물로 인해 지상 제3자가 피해를 입는 경우 지상 제3자에 대한 항공기 운항자의 책임문제에 관한 부분이다.

2.  상법개정안 제6편 제3장의 주요내용

제6편 제3장(지상 제3자의 손해에 대한 배상책임)은 1952년 로마협약 및 1978년 개정의정서를 모델로 하고 있으며  그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제931조 (일반원칙)
항공기로부터의 추락물(항공기 잔해 포함)로 인하여 지상 제3자가 사망, 상해 또는 재산상 손해를 입는 경우 항공기 운항자는 과실 유무를 불문하고 엄격 책임을 지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제932조(적용제한)
931조에 따른 무과실책임은 (1) 전쟁, 폭동, 내란 또는 무력충돌(armed conflict)의 직접적 결과로 발생하거나. 항공기 운항자가 공권력에 의하여 항공기의 사용권을 박탈당한 기간 중에 발생한 경우, (2) 피해자측의 과실이나 부작위에 의해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음을 정하고 있다.
제933조(책임제한)
제1항에서 항공기 중량에 따른 책임제한액을 명시하고 있으며, 특히 상해 내지 사망 사고에 대한 개별적 책임제한액을 125,000 SDR로 명시하고 있다.
제934조(책임제한의 배제)
항공기 운항자, 그 대리인 내지 사용인의 고의로 사고가 발생하거나, 항공기를 불법 탈취하여 운항하다 사고를 낸 경우에는 933조에 따른 책임제한의 적용을 배제하고 있다.

3. 상법 개정안 제6편 제3장의 여러 문제점들

법무부는 (1) 다수의 항공선진국이 무과실책임을 채택하고 있으므로 우리나라 역시 무과실책임을 도입해야 하며, (2) 피해 국민의 신속한 구제를 취해서라도 무과실책임의 도입이 필요하고, (3) 반면 무과실책임 원칙의 도입에 관한 항공회사의 반대입장을 고려하여 책임제한을 도입하여 양자의 이해관계를 조율할 필요가 있는 바, 개정안 제6편 제3장이 그러한 상충되는 이해관계를 합리적으로 절충한 입법이라고 하면서 조속한 국회통과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필자가 판단하기에는 상법 개정안 제6편 제3장과 관련하여서는 법리적 측면이든 입법 기술적 측면에서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있어 보인다.

(1) 민법 제758조에 의하면 항공기 운항자가 항공기 보존, 관리 상 하자가 없음을 입증하지 못하는 경우 실손해 전부에 대하여 배상책임을 지게 되므로, 현행 법상으로도 피해자 구제에 필요한 입법의 불비 상태에 있다고 할 수 없고, 입증책임의 측면에서 보더라도 피해자 구제에 불합리한 면은 발견되지 아니한다. 그럼에도 “무과실책임”을 도입할 “절실하고 급박하며, 실존하는 사회경제적 필요성”이 있는지 의문이다. 

(2) 법무부는 항공선진국이 무과실책임 원칙을 도입하고 있다는 점을 개정안의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무과실책임 원칙에 대한 입법태도와 입법연혁 등이 각 국가 마다 상이하며, 법무부에서 언급한 항공선진국의 경우에도 무과실책임을 도입하면서 그에 대한 예외사유 그리고 책임제한의 도입여부에 관하여 달리 규정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항공기 추락 등 사고로 지상 제3자에게 대량의 손해가 발생한 사례가 얼마나 있는지, 그 사고에서 피해규모가 얼마였으며, 피해보상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에 관한 실증적 분석 없이 단지 외국에서 그러하니 우리나라도 따르자는 논리는 다소 사대주의적 발상으로 평가될 소지가 있어 보인다.

(3) 법무부에서 모델로 삼고 있는 로마협약은 그 가입국 수가 미미하며, 주요 항공선진국은 거의 가입하지 않고 있다. 국제적으로 통일된 법규범이라고 볼 수 없으며, 오히려 항국선진국들이 외면하고 있는 ‘사문화된 조약’을 모델로 하여 지상 제3자에 대한 책임문제를 규율하고자 하는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

(4) 항공기 추락이나 항공기로부터의 추락물로 인한 손해배상문제에 관하여 무과실책임 원칙을 도입하는 것은 과실책임을 근간으로 하는 헌법 제119조 제1항(자유시장경제질서의 원칙)에 반하며, 항공기 운항자 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하여 헌법 제23조에 위배되는 등 위헌적 요소가 상당히 존재한다.

(5) 법무부의 개정취지에 따르면 상법 개정안 제6편 제3장은 우리나라에 취항하는 외국 항공기에 대하여서도 예외없이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아니하면 상법 개정안 제6편 제3장은 우리나라 국적 대형항공사 2곳과 나머지 저가 항공사들에 대하여서만 적용되는 반쪽짜리 입법에  불과하게 된다.

이와 관련된 문제점으로 다음 두가지를 생각하여 볼 수 있다.  첫째는 우리나라 피해 국민들이 상법상 책임제한을 회피하기 위하여 외국 항공사의 본점이 있는 외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으며(forum shopping), 그 경우 동일 사고로 인한 피해자들이라 하더라도 보상에 차등적 결과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는 사고 항공기의 국적 국가에는 상법 개정안 제6편 제3장과 같은 법률이 없는 관계로 우리나라 국적 항공기가 그 외국 국가에서 동일한 유형의 사고를 유발하는 경우 책임제한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무한책임을 져야 하는 경우에도, 우리나라는 외국 국적의 사고 항공기에 대하여 책임제한이라는 법적 보호를 베풀어야 하는지의 문제이다.  이와 같이 개정안 제6편 제3장은 외국항공사 항공기에의 적용 문제, 상호주의(reciprocity) 원칙, forum shopping의 문제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전혀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 

(6) 테러는 정치적, 종교적, 인종적 그리고 이념적 분규가 무력의 형태로 발현되는 것인 만큼, 그것이 전적으로 항공산업이나 항공기 운항에 내재된 고유의 위험이라고 볼 수는 없다. 법무부는 테러는 개정안 제932조 소정의 면책사유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사회적, 정치적, 외교적 분담이 요구되는 테러 위험에 관하여 왜 항공회사만이 그 위험을 전부 부담해야 하는 것인지 매우 의문이다. 예를 들어 테러집단의 행위로 수억불 상당의 항공기가 폭파되어 그 잔해가 지상 제3자에게 추락한 경우, 가장 큰 피해자라 할 수 있는 항공회사에게 지상 제3자의 피해에 대하여 무과실책임을 부담지우는 것이 과연 합당한 것인지 하는 질문을 던져 본다. 법무부는 로마협약이나 2009년 UIC에 테러가 면책사유로 규정되어 있지 않는다는 궁색한 답변을 제시하고 있을 뿐이다.

(7) 법무부는 상법 개정안 제6편 제3장이 무과실책임을 통한 피해국민의 신속한 구제 그리고 책임제한의 도입을 통한 항공사의 이익 보호를 절충한 훌륭한 입법이라고 자평하고 있지만, 앞으로 운용 실태를 예상하여 볼 때 항공회사 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으로부터도 환영받지 못하는 입법으로 평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항을 바꾸어 설명한다.

4. ‘무과실책임+책임제한’이라는 환영받지 못하는 조합

개정안 제6편 제3장의 요체는 무과실책임의 원칙과 책임제한의 이론을 서로 접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법무부는 무과실책임이 항공선진국의 입법추세라는 점과 신속한 피해구제라는 명분을 무과실책임을 도입하는 근거로 제시하면서, 무과실책임을 도입하는 경우 항공업계의 반발을 의식해서인지 몰라도 책임제한을 병행 도입하면서, 신속한 피해구제와 항공회사의 입장을 조율한 합리적 입법이라고 자평하고 있다. 다른 나라의 입법례는 그 연혁과 태동이 우리나라와 다르므로 우리나라 법률을 개정함에 있어서 참고자료(reference)는 될 수 있을지 몰라도, 외국 입법례가 법 개정의 직접적 이유나 근거가 될 수는 없다고 생각된다. 설사 외국 입법례가 개정이유나 근거가 된다 하더라도, ‘무과실책임과 책임제한’이라는 조합의 형태가 항공선진국들의 일반적 입법이라고 볼 수 없고, 더욱이 그러한 조합 형태는 잠재적인 피해자라 할 수 있는 국민으로부터, 나아가 항공회사로부터도 전혀 환영받지 못하는 입법으로 평가될 것으로 보인다. 

먼저, 법무부는 ‘신속한’ 배상에만 치중하였지 ‘정당하고 충분한’ 배상은 도외시하였다. 후자의 기준에서 보면 자신의 손해배상채권이 항공기 무게에 따른 총액 책임제한액 또는 사고당 책임제한액으로 제한된다는 불이익이 있게 된다. 예를 들어 사랑스런 2명의 자녀와 배우자를 둔 가장이 항공기(중량 2,000kg 이하) 추락사고로 배우자와 2명의 자녀가 사망하고 자신이 20년간 저축하여 마련한 시가 10억원 상당의 상가주택이 전파된 경우, 자신의 가족이 유일한 희생자 세대라 하더라도, 항공기 운항자로부터부터 보상받는 금액은 300,000 SDR(금5억원 상당)에 불과하며, 다른 피해 세대들이 더 있는 경우에는 보상액은 현격히 줄어들게 될 것이다. 사랑하는 가족 3명과 생사를 달리하고 20년간의 저축으로 마련한 삶의 터전이 한순간에 잿더미가 되었음에도, 더욱이 항공기 운항자에게 중대하고 명백한 과실로 인한 사고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최대한으로 받을 수 있는 손해배상액이 금5억원에 불과하다면, 그러한 법률조항을 국민들이 환영할 것인지, 과연 그러한 법률조항이 국민의 피해구제에 충실한 입법인지 매우 의문이다. 

또한, 외국국적 항공기가 우리나라에서 지상 민가에 추락하여 막대한 손해를 발생시킨 경우 피해국민들은 우리나라에서 소송을 제기하지 아니하고 아마도 가해 항공기의 국적 국가에서 소송을 진행할 것이며, 국내 항공사가 사고를 유발한 경우에는 상법 개정안 제6편 제3장, 특히 유한책임의 원칙을 규정한 상법 제933조가 위헌법률이라는 점을 들어 헌법소송 등을 제기할 것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무부는 국민의 피해구제에도 충실한 훌륭한 입법이라고 전시하고 있는바, 과연 어디서 그러한 자신감이 도출되는 것인지, 나아가 과연 상법 개정안 제6편 제3장에 관하여 시민단체를 대상으로 하여 의견수렴 절차를 거친 것인지 매우 의문이다.

한편, 항공사 입장에서는 현재 개정안의 근간을 구성하는 ‘무과실책임+책임제한’이라는 조합을 환영할 것인지를 생각하여 본다. 표면상으로 보면, 항공사는 자신에게 과실이 있는 경우에도 그것이 고의에 이르지만 않으면 책임제한을 통하여 보호를 받게 되므로 항공사에게는 유리한 입법이라고 생각해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하여서는 항공사가 과실책임의 원칙이라는 대원칙을 양보하고 책임제한이라는 실리를 챙기는 구도에서 과연 책임제한이라는 예외적 실리가 영속적으로 보장될 수 있는 것이냐를 검토해보아야 한다. 향후 현재의 안대로 상법개정안이 통과된 이후에, 국내에서 항공기 추락사고가 발생하여 대량의 피해가 발생한 경우 분명히 피해자 대책위원회 등은 상법 개정안 제6편 제3장 제933조의 위헌성 여부를 다툴 것이고, 나아가 그와 별도로 상법 게933조에 따른 책임제한의 철폐 내지 책임한도액의 인상을 요구하는 입법운동을 전개할 것이며, 그 반향으로 사법부는 법 개정이 있기 전까지는 책임제한 배제사유를 탄력적으로(피해자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운용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그렇다면, 종국적으로는 시민단체나 피해자 단체의 입김으로 정부나 국회에서는 법 개정을 검토하게 될 것인데, 분명코 무과실책임이이라는 대원칙은 손대지 않고 대신에 책임한도액을 증액하고 책임제한 배제사유를 폭 넓게 정하는 내용으로 법 개정을 추진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항공사로서는 일찍이 무과실책임을 수용함으로써 명분을 잃어버린지 오래인데, 다시 법개정을 통해 책임한도액이 인상되어 버리면 결국 실리마저도 챙기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필자가 알기로는, 국내 일부 항공사는 항공기 운항과 관련하여 지상 제3자에 대한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 자신에게 과실이 있으면 무제한 책임을 지겠으며, 그것이 피해국민에 대한 이상적인 보상이 아니겠느냐는 단호한 입장을 보이면서 개정안에 반대하고 있다고 한다.

결국 필자의 판단으로는, 상법 개정안 제6편 제3장은 일반 국민이나 항공회사 어느 누구로부터도 환영받지 못하는 입법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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