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주간 계약상 상장의무 및 계약위반시 위약벌 규정을 둔 사례에서 기한 내 상장이 이루어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상장의무를 결과채무가 아닌 수단채무로 해석하면서 상장의무 위반의 입증 부족을 이유로 위약벌 청구를 기각한 원심판결을 유지한 대법원 판결(대법원 2026. 8. 13. 선고 2026다201223 판결)이 선고되었습니다. 판결의 주요 내용 및 시사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I. 주요내용
1. 사실관계
투자자는 2019. 5. 대상회사에 약 10억 원을 출자하여 전환상환우선주식(RCPS) 1,550주를 인수하면서 신주인수계약 및 주주간 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주주간 계약에 의하면 ‘
대주주 및 대상회사는 대상회사가 거래종결일로부터 48개월이 되는 날까지(단, 투자자와 협의하는 경우 12개월 연장 가능)
상장을 하도록 하여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는 한편, 대주주가 계약상 의무를 위반할 경우 건당 5억 원을 위약벌로 지급하도록 규정되어 있었습니다.
대상회사가 상장기한인 2023. 5. 28.까지 상장하지 못하자, 투자자는 대주주를 상대로 소를 제기하면서 예비적 청구로 상장의무 위반에 따른 위약벌 지급을 청구한 사례입니다. 1)
2. 각급 법원의 판단
■ 서울중앙지방법원 2025. 2. 21. 선고 2023가합98226 판결(1심)
상장의무를 결과채무로 보아 상장기한까지 대상회사가 상장되지 않은 데 따른 위약벌 지급 의무를 인정하였습니다.
■ 서울고등법원 2026. 1. 15. 선고 2025나206544 판결(원심)
상장의무가 일정기한까지 반드시 상장을 실현하여야 하는 결과채무가 아니라, ‘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가지고 대상회사의 상장을 위한 노력을 다해야 할 채무, 즉 이른바 수단채무’라고 해석하면서, 이에 관한 입증 부족을 이유로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위약벌 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원심이 상장의무를 수단채무로 본 근거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① "상장을 하도록 하여야 한다"는 문언은 상장을 위한 행위를 강조하기 위한 표현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점, ② 신주인수계약상 조기상환청구권 행사 사유가 '단순한 상장실패'와 '상장의무 해태'를 구분하여 규정하고 있고 위약벌도 '상호 충실한 의무 이행을 확보하기 위하여' 둔 것인 점, ③ 투자자에게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 등 상장실패 시 회수방안이 이미 마련되어 있는 점, ④ 투자자가 사업 초기의 불확실성을 전제로 투자하였으므로 대주주가 상장 완료라는 결과 자체를 보장한 것으로 보기 어려운 점, ⑤ 당사자들이 상환을 전제로 회수방안을 협의하면서 위약벌 지급을 촉구하지 않은 점 등입니다.
■ 대법원 2026. 8. 13. 선고 2026다201223 판결
대법원은 ‘
대상회사가 상장하지 못한 데에 대주주의 귀책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이상 원고의 위약벌 청구를 기각한 원심판단의 결론은 타당하다’고 판단하여 상고를 기각하였습니다. 대법원은 그 판결이유(아래 발췌)에서 원심의 이유 설시에 일부 적절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언급하였지만, 위약벌 청구에 관하여 대주주의 귀책사유를 언급한 점에 미루어 보아 적어도 상장실패라는 사실 자체만으로 계약위반에 따른 위약벌 지급 의무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본 원심판단에는 동의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가. 회사가 자금조달을 위해 발행한 신주를 인수함으로써 주주의 지위를 갖게 된 자(이하 '투자자'라고 한다)가 회사의 대주주 또는 대표이사 등 제3자와 사이에, 회사가 일정기한 내에 상장할 것을 약정하는 한편 기한 내에 상장하지 못할 경우 제3자가 투자자에게 돈을 지급하기로 하였다면, 제3자의 투자자에 대한 돈 지급 의무가 발생하는지 여부는 당사자 사이에서 약정이 체결된 동기와 경위, 문언의 내용, 약정으로 달성하려는 목적, 채무가 계약에 명시되어 있는 방식과 채무 이행에 있어 채권자의 역할,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지급하기로 한 돈의 성격이 제3자의 채무불이행을 전제로 하는 위약벌인지 아니면 단순히 상장하지 못함을 조건으로 한 약정금인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논리와 경험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나.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주주간 계약 제5.1조에서 '대주주 및 대상회사는 대상회사가 거래종결일로부터 48개월이 되는 날까지(단, 투자자와 협의하는 경우 12개월 연장 가능) 상장을 하도록 하여야 한다.'라고 정한 피고의 의무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가지고 대상회사의 상장을 위한 노력을 다해야 할 채무, 즉 수단채무인데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위약벌 청구를 기각하였다.
다.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의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이유 설시에 일부 적절하지 않은 부분이 있지만 대상회사가 상장하지 못한 데에 피고의 귀책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이상 원고의 위약벌 청구를 기각한 원심판단의 결론은 타당하다
II. 시사점
1. 상장의무가 결과채무가 아닌 수단채무로 인정될 수 있음에 유의
상장을 통한 투자회수구조를 포함하는 주주간 계약 또는 투자계약 등 협의 시, ‘회사가 일정기한까지 상장을 하도록 하여야 한다’는 문언만으로 대주주 또는 대상회사가 기한 내 상장 완료라는 결과를 달성하여야 하는 결과채무를 부담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계약의 문언뿐 아니라, 계약 체결 동기와 경위, 계약에 의해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과 진정한 의사, 거래의 관행 등 구체적 사정에 따라서는, 이번 판결과 같이 계약상 규정된 상장의무가 결과채무가 아닌 상장을 위하여 선관주의의무를 다하여 노력할 수단채무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2. 상장 미완료 결과 자체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관련 내용을 명확히 규정할 필요
위 대법원 판결은 판단 요소로 "지급하기로 한 돈의 성격이 제3자의 채무불이행을 전제로 하는 위약벌인지 아니면 단순히 상장하지 못함을 조건으로 한 약정금인지 여부"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즉 상장 미완료라는 객관적 사실에 대한 책임 추궁이 불가능해진 것이 아니라, 그러한 취지의 약정인지 여부가 계약의 문언·구조·경위에 따라 종래보다 정밀하게 다투어질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상장이 완료되지 않았다는 객관적 사실 자체를 풋옵션 행사, 조기상환청구권 등 투자회수장치(Exit Mechanism)나 위약벌·약정금 지급 등 구제수단의 발동요건으로 삼고자 하는 경우에는, ① 발동요건이 '단순한 상장 미완료'인지 아니면 '상장의무 위반(해태)'인지를 구별하여 명확히 정의하고, ② 지급의무의 성격이 귀책사유를 요건으로 하는 위약벌인지, 그러한 귀책사유 없이 '상장 미완료'라는 조건만으로 발생하는 약정금인지를 문언상 명백히 규정하며, ③ 위약벌·약정금·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 등 각 구제수단의 발생요건과 상호관계(경합 여부, 중복행사 가능 여부, 정산관계)를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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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 각주]
1) 참고로, 원고의 주위적 청구는 풋옵션 행사에 따른 주식매매대금 청구인데, 풋옵션 행사 사유가 ‘대주주 및 대상회사가 투자자와 사전협의 후, 전략적 결정에 의하여 상장추진을 중단하는 경우’로 규정되어 있었고, 법원은 위 조항은 ‘상장을 위한 양적 및 질적 요건이 충족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추후 유리한 시점에 상장하기 위하여 투자자와의 협의에 따라 상장추진을 중단하는 결정을 한 경우를 의미한다’고 해석하여, 풋옵션 행사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였다고 보고, 원고의 주위적 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저자 및 관련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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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대훈 변호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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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균 변호사 (
kyunggyoon.park@leeko.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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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찬 변호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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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소현 변호사 (
sohyun.yoon@leek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