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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국제상업회의소(ICC) 중재규칙 - 중재 신속성과 효율성 제고를 위한 주요 개정사항

Published on
2026.06.02

최근 국제상업회의소(International Chamber of Commerce, ICC)는 5년 만에 중재규칙을 전면 개정하였습니다. 이번에 개정된 ICC 중재규칙(개정 규칙)은 2026년 6월 1일부터 시행되며, 당사자 간 별도의 합의가 없는 한 2026년 6월 1일 이후 제기되는 모든 ICC 중재 사건에 대하여 적용됩니다(제1조 제2항).

개정 규칙에는 중재 절차를 간소화하고 절차의 투명성과 신속성을 높이기 위한 개정 사항이 다수 도입되었는바, 본 뉴스레터에서는 그 주요 내용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1. 중재인의 독립성 및 공정성 관련 공개 의무 명확화
    중재인의 독립성과 공정성은 국제 중재 절차의 정당성을 뒷받침하는 핵심 요소로서 개정 규칙은 중재인의 정보 공개 의무와 관련된 ICC 중재법원(ICC International Court of Arbitration)의 기존 실무를 규칙상 명문화하였습니다.

    우선, 기존 2021년 ICC 중재규칙과 마찬가지로 중재인 후보자는 당사자의 관점에서 자신의 독립성에 의문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사실이나 상황, 또는 공정성에 관한 합리적 의심을 초래할 수 있는 사정을 서면으로 공개하여야 하는데, 이번 개정에서는 중재인 후보자가 공개 여부에 관하여 의문이 있는 경우 공개하는 방향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는 ICC 중재법원의 방침이 처음으로 중재규칙에 명시되었습니다(제12조 제2항). 나아가 중재인 후보자 또는 선임된 중재인이 정보를 공개했다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 해당 인물의 독립성 또는 공정성이 결여된 것으로 간주되지는 않는다는 점(제12조 제4항) 또한 개정 중재규칙에 새로이 규정되었습니다. 이는 기존 ICC 실무 지침상의 관련 내용을 중재규칙에 반영한 것으로, 중재인 후보자와 중재인이 보다 충실하고 적극적으로 정보 공개를 하도록 유도함으로써 중재 절차의 투명성과 절차적 정당성을 제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아울러 개정 규칙은 당사자가 중재 신청서(Request), 답변서(Answer), 당사자 추가 신청서(Request for Joinder)와 이에 대한 답변서 및 답변서 제출 기한 연장 신청서를 제출할 때에 중재인 후보자나 중재인이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는 개인 및 단체의 목록과 그 사유를 ICC 사무국에 함께 제출하도록 하는 규정을 도입하였습니다(제12조 제5항). 이는 중재인 후보자 및 중재인의 정보 공개 의무 준수를 지원하고, 잠재적 이해충돌 문제를 절차 초기 단계에서 보다 체계적으로 식별‧관리함으로써 절차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제고하기 위한 취지로 이해됩니다.

2. 중재 위탁 요지서의 선택적 활용 및 사건의 관리(Case Management)
    기존 2021년 ICC 중재규칙에서는 중재판정부가 사건 기록을 송부받은 후 30일 이내에 중재 위탁 요지서(Terms of Reference)를 작성하여 ICC 중재법원에 제출하여야 했으며, 이는 ICC 중재의 대표적인 절차적 특징 중 하나로 평가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중재 위탁 요지서 작성에 상당한 시간 및 비용이 드는 반면 효율적인 절차 진행에 항상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비판도 있어 왔습니다.

    개정 규칙은 이러한 중재 위탁 요지서 작성·제출 의무를 삭제함으로써, 중재 위탁 요지서의 작성·제출을 선택적 절차로 전환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중재판정부가 사건 요약이나 쟁점 목록 등이 포함된 중재 위탁 요지서를 작성·확정하는 절차를 생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절차의 신속성과 비용 효율성을 제고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중재 위탁 요지서가 더 이상 필수적인 절차가 아닌 만큼, 당사자들은 앞으로 중재 신청서와 답변서 단계에서 각자의 청구, 항변 및 신청 취지를 보다 충실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사건의 성격을 감안하여 필요한 경우 중재판정부와 당사자는 여전히 중재 위탁 요지서를 사건 관리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한편, 중재 위탁 요지서의 작성·제출이 선택적 절차로 전환됨에 따라 ICC 중재 절차에서 사건 관리 회의(Case Management Conference, CMC)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개정 규칙상 중재판정부는 사건 기록을 송부받은 후 30일 이내에 첫 번째 사건 관리 회의를 개최하여야 하며(제24조 제1항), 당사자들은 원칙적으로 그 이후에는 중재판정부의 허가 없이 새로운 청구를 추가할 수 없습니다(제25조). 나아가 중재판정부는 중재 절차의 효율적 진행을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사건 관리 회의를 언제든지 추가로 개최할 수 있으며(제24조 제4항), 이를 통해 중재 절차 진행의 탄력성 및 효율성이 제고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중재 절차와 관련한 또 다른 변화로, 기존 2021년 ICC 중재규칙은 중재판정부가 중재 위탁 요지서에서 명한 날로부터 원칙적으로 6개월 이내에 최종 중재판정(final award)을 내려야 한다고 규정하였던 것과 달리, 개정 규칙은 ICC 중재 법원장이 절차 일정표와 중재판정부의 기한 연장 요청 등을 고려하여 판정 기한을 정하고, 필요시 이를 연장할 수 있도록 변경하였습니다(제34조). 이는 실무상 대부분의 사건에서 판정 기한이 기계적, 반복적으로 연장되어 온 기존 관행을 반영한 것으로 이해되며, 절차 운영에 보다 높은 유연성을 부여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3. 신속 절차(Expedited Procedure)의 확대, 초신속 절차(Highly Expedited Arbitration)의 도입 및 조기 결정(Early Determination) 제도의 명문화
    이번 개정에서는 절차의 신속성과 비용 효율성을 높이기 위하여 기존 신속 절차의 적용 범위가 확대되고 초신속 절차가 새로이 도입되었습니다.

    우선, 개정 규칙은 신속 절차가 적용되는 분쟁 금액의 기준을 기존 미화 300만 달러 이하에서 미화 400만 달러 이하(중재 합의가 2026년 6월 1일 이후에 체결된 경우)로 상향하였습니다(Appendix V, 제1조 제3항). 분쟁 금액이 이 기준 금액을 초과하지 않는 경우 신속 절차는 자동적으로 적용이 되며, 당사자들은 합의를 통해 신속 절차의 적용을 배제할 수 있습니다(Appendix V, 제1조 제4항). 신속 절차가 적용되는 경우에는 첫 번째 사건 관리 회의 개최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최종 중재판정이 내려져야 합니다(Appendix V, 제4조).

    아울러 개정 규칙은 초신속 절차를 새롭게 도입하였습니다. 초신속 절차는 당사자들이 합의하는 경우에 적용되며(제33조), 원칙적으로 첫 번째 사건 관리 회의 개최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최종 중재판정이 내려지도록 설계된 절차입니다(Appendix VI, 제7조 제1항). 초신속 절차에서는 3인 중재판정부가 아닌 단독 중재인이 사건을 심리하고, 당사자들은 원칙적으로 피신청인이 신청인의 중재 신청서 및 주장 서면을 송달받은 날로부터 20일 이내에 단독 중재인을 공동으로 지명해야 하며, 그 기간 내에 공동 지명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ICC 중재법원이 단독 중재인을 선정합니다(Appendix VI, 제4조). 단독 중재인은 대면 심리나 증인 또는 전문가에 대한 신문 절차를 거치지 않고 당사자들이 제출한 서면만을 기초로 분쟁에 관한 판단을 내릴 수 있습니다(Appendix VI, 제6조 제3항). 또한 일반적인 중재 절차와 달리, 당사자들은 중재 신청서 및 답변서를 제출할 때 각자의 주장 서면(Statement of Claim, Statement of Defence)을 함께 제출하여야 합니다(Appendix VI, 제2조 제1항, 제5항). 나아가 당사자들이 동의하는 경우에 중재판정부는 판정문에 이유를 기재하지 않고 판정을 내릴 수도 있으나(Appendix VI, 제7조 제2항), 중재 판정에 이유가 기재되지 않은 경우 관할에 따라서는 판정 취소 또는 집행 거부의 사유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습니다.

    초신속 절차는 신속 절차와 달리 일정한 금액 이하의 분쟁에 대해 자동적으로 적용되지 않으며, 분쟁 금액과 무관하게 당사자들의 명시적 합의에 따라 선택적으로 적용된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따라서 초신속 절차는 청구 금액이 크더라도 쟁점이 비교적 단순하고 명확한 사안에서 매우 신속하고 효율적인 분쟁 해결을 원하는 당사자들에게 유용한 선택지가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다만 초신속 절차는 매우 단축된 일정에 따라 진행되는 만큼 당사자들은 절차 초기 단계에서 주장과 증거를 충분히 준비하여 제출할 필요가 있으며, 복잡한 사실관계나 광범위한 증거 조사가 필요한 사건에는 적합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 밖에도 개정 규칙은 특정 청구 또는 항변이 명백히 이유 없거나(manifestly without merit) 중재판정부의 관할 범위를 명백히 벗어난 경우(manifestly outside the arbitral tribunal’s jurisdiction), 당사자가 해당 청구 또는 항변에 대한 조기 결정(early determination)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절차를 신설하였습니다(제30조). 이는 기존 ICC 실무 지침상 인정되던 조기 결정 절차를 중재규칙에 명문화한 것으로, 명백히 이유 없거나 관할 범위를 벗어난 청구 또는 항변을 조기에 정리함으로써 쟁점을 좁히고 절차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취지로 이해됩니다. 다만 조기 결정 절차는 중재판정부가 먼저 해당 신청의 허용 여부를 판단하도록 하고 있어(제30조 제2항), 조기 결정 신청이 지연 전술로 남용되지 않도록 하는 장치도 함께 마련되어 있습니다.

4. 긴급 중재(Emergency Arbitration) 절차의 확대
    ICC 중재규칙은 중재판정부가 구성되기 전 긴급한 임시적 처분 또는 보전 처분이 필요한 경우 긴급 중재 절차를 활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제31조). 특히 이번 개정에서는 긴급 중재 절차의 적용 대상이 확대되어, 기존에 인정되던 중재 합의의 당사자 및 그 승계인뿐만 아니라, ICC 중재 법원장이 신청서에 기재된 정보에 비추어 볼 때 해당 당사자를 구속하는 중재 합의가 존재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도 긴급 중재 절차를 활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Appendix IV, 제1조 제2항). 이는 다수 당사자가 관여되어 있거나 계약 구조가 복잡한 사건에서 긴급 중재의 실효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됩니다.

    뿐만 아니라, 개정 규칙은 긴급 중재인의 예비적 명령(Preliminary Order) 제도를 새롭게 도입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긴급 중재 절차 진행 중에 일방 당사자는 긴급 중재인에게 예비적 명령을 신청할 수 있으며, 이러한 예비적 명령은 상대방에 대한 통지 없이도 내려질 수 있습니다(Appendix IV, 제7조 제1항). 다만 긴급 중재인이 예비적 명령을 발령한 이후 모든 당사자에게 이에 관한 의견을 제출할 합리적인 기회가 즉시 부여되어야 하며, 그에 따라 예비적 명령은 이후 수정될 수 있습니다(Appendix IV, 제7조 제4항). 이는 긴급 구제의 실효성을 확보하는 한편, 절차적 적법성도 함께 보장하려는 취지로 해석됩니다.

5. 전자 교신의 확대
    개정 규칙은 중재 절차 전반에 걸쳐 전자적 방식의 활용을 확대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모든 서면 및 자료 제출은 원칙적으로 전자적 방식으로 이루어지며(제3조 제1항, 제2항), 중재판정부의 서명, ICC 사무국의 서면 교신 송부 및 통지 등 주요 절차 역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전자적 방식으로 진행됩니다(제3조, 제38조 제1항). 이는 절차의 효율성과 접근성을 높이고, 국제 중재 실무의 디지털화 경향을 반영한 조치로 평가됩니다.

6. 비밀 유지 의무의 강화
    기존 2021년 ICC 중재규칙과 마찬가지로, 개정 규칙 하에서 중재판정부는 당사자의 요청이 있는 경우 중재 절차 또는 중재와 관련된 사항의 비밀 유지에 관한 명령을 내릴 수 있으며, 영업비밀 및 비밀 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제23조 제3항).

    아울러 개정 규칙은 중재인의 비밀 유지 의무를 명시적으로 규정하는 조항을 신설하였습니다(제12조 제8항). 이에 따라 중재인은 공개된 정보이거나 당사자 간 합의가 있는 경우, 법률상 공개 의무가 인정되는 경우, 또는 법적 권리 보호나 정보 공개 의무 이행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중재와 관련된 모든 사항에 대하여 비밀을 유지하여야 합니다. 이는 국제 중재 절차에 대한 당사자의 신뢰를 제고하고, 민감한 비밀 정보의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의미 있는 개정으로 평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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