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9월 4일, 트럼프 미 대통령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 국가비상사태법, 무역확장법 제232조, 무역법 제604조, 연방법 제301조를 근거로 미·일 무역합의 이행과 관련한 대통령 행정명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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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주요 내용
(배경: 일본의 약속) 일본은 미국이 당초 발표한 관세율을 인하하는 대가로 미국 기업에 대한 시장 접근을 확대하기로 약속했다. 우선 기존 쌀 시장 접근(MA) 틀 안에서 미국산 쌀 구매를 75% 늘리기로 한 약속을 신속히 이행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또한 옥수수, 대두, 비료, 바이오에탄올(지속가능 항공연료 포함) 등 미국산 농산물과 기타 제품을 매년 80억 달러 규모로 수입하기로 했다. 일본은 미국의 안전 기준을 충족하는 승용차를 추가 시험 없이 자국 내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미국산 항공기와 방산 장비를 구매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 일본 정부는 미국 정부가 선택하는 총 5,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일반 관세 규정) 미국은 일본산 수입품 전반에 대해 기본적으로 15%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미국 통합관세율표(HTSUS)상 관세율이 15% 미만인 품목은 현행 최혜국 관세와 추가 관세를 합산해 15%가 되도록 조정했다. 반대로 15% 이상인 품목에는 추가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 종량세율이나 복합세율의 경우에는 2025년 7월 31일 발표된 행정명령 14326호(상호관세율 추가 수정)에서 EU산 제품에 적용된 방식과 동일하게 처리했다. 동 관세율은 기존 상호관세 관련 행정명령 14257호에 따라 일본산 제품에 부과되던 추가 관세율을 대체하며,** 2025년 8월 7일 0시 1분(EDT) 이후 일본산 수입분부터 소급 적용되고, 관세 환불은 관련 법률 및 CBP의 표준 절차에 따라 처리될 예정이다.
(항공∙우주) 항공우주 분야에서는 WTO 민간항공기협정 적용 품목(무인기 제외)에 대해서는 상호 관세와 품목 관세를 적용치 않기로 했다.*** 상무장관은 동 조항 이행 관련 세부 지침과 절차를 추후 공표할 수 있다.
(자동차∙부품) 동 행정명령은 관보에 게재되는 날짜를 기점으로 대통령 포고문 제10908호에 따라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에 부과되었던 기존 무역확장법 제232조 추가 관세 대신, 통합 관세율표(HTSUS) 기준 15% 관세 체계를 적용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현행 관세율이 15% 미만인 경우에는 총 15%가 되도록 조정하며, 반대로 현행 관세율이 이미 15% 이상인 경우에는 추가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 상무장관은 동 조항 이행 관련 세부 지침과 절차를 추후 공표할 수 있다.
(특정 품목 면세) 상무부 장관은 국가 이익과 안보를 고려해, 미국 내에서 전혀 생산되지 않거나 국내 수요를 충족할 만큼 충분히 생산되지 않는 일본산 천연자원, 제네릭 의약품과 그 원료, 그리고 제네릭 의약품 제조에 사용되는 화학 전구체 등에 대해 상호 관세율을 0%로 조정할 권한을 부여받았다.
(모니터링 및 수정) 만약 일본이 협정상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대통령은 필요에 따라 본 명령을 수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였다.
2. 시사점과 대응 방향
이번 행정명령은 지난 7월 말 미-일 간 합의를 재확인하고 공식 문서화함으로써 불확실성을 제거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 미국이 8월 초 발표했던 행정명령에는 일본산 제품에 대해 기존의 관세에 추가하여 15%의 상호 관세를 부과하는 것으로 규정하였으나 이번 행정명령은 일본산 제품에 대한 15%의 상호 관세가 기존 관세율에 추가하는 방식이 아닌 기존 관세율을 포함하는 것으로 수정함으로써 당초 EU가 미국과 합의했던 것과 동일한 방식으로 관세를 부과함을 분명히 하였다. 또한 미국은 일본과의 합의에도 불구하고 그간 자동차 및 부품에 대해 15%가 아닌 27.5%(기존 MFN 관세 2.5% + 품목별 관세 25%)의 관세를 그대로 부과해오던 것을 이번 행정명령을 관보에 게재하는 대로 15%로 인하, 시행할 것이라고 명문화하였다.
또한 미-일 간 합의의 특기할 점은 미국에 부족한 천연자원, 의약품 및 원료 등에 대해서는 상호 관세의 면제를 명시적으로 규정한 점이다. 다만, 투자 분야 관련 일본 정부가 미국 내 투자하고 “투자 대상은 미국 정부가 선택한다(which will be selected by the United States Government)”는 문구만 있고 그간 논란이 되었던 세부 투자 조건과 수익의 배분 구조 관련 상세는 별도의 양해각서(MOU)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에 의하면 동 MOU의 골자는 i) 일본 정부가 미국의 국가 및 경제 안보를 증진하기 위해 미국이 지정하는 분야에 투자를 약속하며, ii) 양국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투자 제안을 검토하고, iii) 일본의 약속 불이행이 있을 경우 미국은 상호 관세 복귀 등 필요 조치를 취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고 당초 제기됐던 미국 위주의 수익 배분 구조도 원래 예상보다 일방적 성격이 다소 완화된 2단계 구조로 수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투자 펀드의 조성과 운용과 수익 구조 등에 관한 세부 규정이 미비되어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미-EU 합의에 이어 이번 미-일 합의는 우리나라의 대미 협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 한-미 협상도 조기에 타결될 것으로 기대되므로 우리 기업의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요구된다. 자동차∙부품 등 미국 시장에서 일본 및 EU와 치열하게 경쟁하는 우리로서는 협상 타결 지연으로 발생되는 차별적 대우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은 EU 및 일본과 달리 미국과 FTA를 운영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관세 협상에서 적어도 이들보다 불리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일본과 EU와의 합의 사항 중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에 대한 관세와 항공 및 특정 품목에 대한 면제 등의 세부 사항이 어떻게 규정될지도 모니터링해야 한다.
* 비록 ‘Agreement’라는 용어를 사용하였으나 단순한 행정적 합의에 불과하며, 자유무역협정(FTA)과 같은 ‘조약(treaty)’이 아님에 유의.
** 재조정된 관세율 이외 조건은 기존 행정명령 14257호에 따름.
*** 행정명령 14257호, 개정된 대통령 포고문 9704호, 개정된 대통령 포고문 9705호, 개정된 대통령 포고문 10962호에 따른 추가 관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