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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재판정 집행에 관한 최근 판례 동향

Published on
2024.06.07

2016년에 개정된 중재법은 중재판정의 집행을 ‘판결 절차’가 아닌 ‘결정 절차’에 의하도록 변경하였습니다. 그리고 결정은 필요적 변론을 요구하는 판결에 비해 원칙적으로 간소화된 심리 및 절차를 거치므로 신속하고 간편한 집행 절차를 통해 중재 제도의 효율성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되었습니다.

그런데 실무적으로는 중재판정의 집행을 반대하는 당사자가 집행 절차에서 중재법상의 집행 거부 사유 또는 중재판정의 집행 불능 사유 등을 주장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판결 절차와 동일한 수준의 심리절차가 필요하다는 견해가 많았습니다. 이러한 필요성을 반영하여 개정 중재법은 중재판정의 집행을 결정에 의하도록 하면서도 중재판정의 승인 및 집행 신청이 있는 경우 변론기일 또는 당사자 쌍방이 참여할 수 있는 심문기일을 열어야 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중재법은 결정에 그 이유를 적도록 하며, 불복의 기회도 열어두고 있습니다(중재법 제37조).

본 뉴스레터에서는 중재판정의 집행 절차와 관련한 우리 법원의 최근 판례들을 살펴보면서 중재판정 집행 과정에서 실무상 유의해야 할 부분들에 대해 소개하여 드리고자 합니다.

1. 중재판정의 집행 결정을 구하는 절차에서의 변호사 보수 산정 방식
    민사소송법상 소송비용에 산입되는 변호사의 보수는 당사자가 보수 계약에 따라 지급한, 또는 지급할 보수액의 범위에서 각 심급 단위로 소송 목적의 값에 따라 정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여기서의 소송 목적의 값은 ‘소가’로서 이는 민사소송법 또는 대법원 규칙에 따라 정해집니다.

    그런데 중재판정의 집행 절차를 ‘판결’에서 ‘결정’으로 변경한 개정 중재법과 달리, 민사소송 등 인지 규칙은 ‘중재판정 집행 판결’을 구하는 절차에서의 소가 계산 방법만을 규정하고 ‘중재판정 집행 결정’의 경우에 소가를 어떻게 산정하여야 하는지에 관하여는 규정하지 않은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중재법의 개정 취지와 목적, 규정 체계와 내용 등에 비추어볼 때 중재판정에 대한 집행 신청 사건의 경우에도 인지 규칙 제16조 제1호 (가)목을 유추 적용하여 중재판정에서 인정된 권리가액의 2분의 1을 기준으로 소가를 계산하고, 그에 따라 소송비용에 산입될 변호사 보수를 산정할 수 있다”고 판시함으로써 중재판정의 집행 신청 사건에서의 소가 계산 방법을 둘러싼 불확실성을 해소하였습니다(대법원 2021.10.15. 자 2020마7667 결정).

    본 결정에서 대법원은 ① 집행 판결이나 집행 결정 모두 중재판정에 집행력을 부여하는 데에 그 목적이 있으므로 당사자가 집행을 구하는 신청에서 승소할 경우 받게 될 경제적 이익은 집행판결을 구하는 소에서 승소할 경우와 같으며, ② 중재판정의 집행에 관한 심사 기준 및 심문 절차는 개정 전후로 크게 차이가 없으며, ③ 중재판정의 집행 신청에 관하여 정액의 인지를 붙여야 한다는 사정만으로 집행 신청 사건에서 소가를 산정할 수 없거나 변호사 보수를 소송 비용으로 산입해서는 안 된다고 볼 수 없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나아가 본 결정은 당사자 일방이 지급한 변호사 보수에 집행 신청 사건과는 별소로 제기된 중재판정 취소 사건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 변호사 보수는 두 사건의 전체 소가에서 집행 신청 사건의 소가가 차지하는 비율에 따라 안분하여 계산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본 결정은 중재판정 집행 절차의 소송 비용 및 변호사 보수 산정에 관한 입법적 미비로 인한 불확실성을 해소하였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습니다. 특히 중재판정 집행 절차에서 추후 소송 비용 액 확정 절차를 통해 회복 가능한 변호사 보수가 예측 가능해졌으며, 집행 신청 사건과 취소 사건이 동시에 진행된 경우 각 사건의 소가 계산이 용이해졌습니다.

2. 중재판정의 취소를 구하는 절차와 집행을 구하는 절차 간 관계
    개정 중재법 제36조 제4항은 “해당 중재판정에 관하여 대한민국의 법원에서 내려진 승인 또는 집행결정이 확정된 후에는 중재판정 취소의 소를 제기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중재법상 중재판정의 취소 사유가 중재판정의 승인 및 집행 거부 사유와 대부분 일치하므로 소송경제를 도모하고, 두 절차가 동일한 쟁점에 관하여 상호 모순‧저촉되는 결과를 방지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관련하여 최근 서울고등법원은 중재판정 취소 소송 사건에서 직권으로 취소 소송의 적법 여부에 관하여 판단하면서, 원고가 해당 사건의 중재판정 승인 및 집행허가 결정을 고지받은 후에도 즉시 항고를 하지 않아 해당 결정은 확정되었으므로 해당 중재판정에 대한 취소의 소는 부적법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서울고등법원 2022.9.1. 선고 2021나2049117 판결).

    특히 과거 판례 중에는 이러한 입법 취지를 고려하여 중재판정의 승인 및 집행결정이 확정된 경우에는 그 이후에 제기되는 중재판정 취소의 소는 부적법하며, 중재판정 취소의 소가 집행결정의 신청 이전에 제기되어 집행결정 확정 이전에 법원에 계속 중인 경우에도 달리 볼 것이 아니라고 판시한 사례도 있습니다(대법원 2000.6.23. 선고 98다55192 판결).

    다만 취소된 중재판정에 기한 승인 또는 집행 신청에 대하여는 법원이 이를 거부할 수 있습니다. 외국 중재판정의 승인 또는 집행은 외국 중재판정의 승인 및 집행에 관한 협약(이하, 뉴욕협약)에 따라 이루어지는데(중재법 제39조 제1항), 뉴욕협약 제5조는 중재판정의 승인과 집행 거부 사유가 존재하더라도 중재판정의 승인과 집행이 ‘거부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즉, 중재판정에 승인‧집행 거부 사유가 존재하는 경우에도, 법원은 해당 중재판정의 승인‧집행을 거부할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중재판정에 대한 집행 절차와 중재판정 취소 소송이 모두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에는 그 시기나 선후 등을 고려하여 해당 절차의 결과가 다른 절차에 어떠한 영향이 있을지 등을 면밀히 검토하여 신중하게 전략을 수립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3. 중재판정의 구체적인 집행을 위한 중재판정의 적용과 해석
    중재법은 중재판정은 양쪽 당사자 간에 법원의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가진다고 정하고 있는데(중재법 제35조), 중재판정은 그 자체로는 집행력이 발생하지 않으며 확정된 집행결정이 있어야 집행권원으로서의 지위를 얻게 됩니다.

    이와 관련하여 법원은 중재판정의 승인 요건이 구비되면 중재판정에 집행력을 부여하는 임무만을 담당하므로 원칙적으로 중재판정을 보충하거나 변경할 수 없으나, 중재판정의 주문 내용과 범위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 법원이 중재판정의 주문과 이유의 해석을 통하여 주문을 명확히 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입장입니다. 다만 이 경우에도 새로운 증거나 중재 대상이 된 본안에 대한 재심리를 통하여 중재판정의 주문을 보충하거나 변경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습니다(서울고등법원 2014.1.17. 선고 2013나13506 판결).

    최근 판례 역시 중재판정의 해석 방법에 관하여 이와 유사한 취지로 판시하였습니다. 외국어로 작성된 중재판정을 단순하게 한국어로 직역한 후 법원에 그 집행을 구한 사건에서, 법원은 중재판정에 표시된 금전 지급 명령의 형식 및 기재 방식이 우리나라 판결의 주문 형식이나 기재 방식과 상이하므로, 번역된 금전 지급 명령을 문언 그대로 집행하는 경우 피신청인들이 중재판정에서 지급을 명한 책임과 다른 형태의 집행을 당할 위험이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에 법원은 “이 사건 중재판정 및 정정결정과 이 결정을 집행권원으로 삼아 집행하는 집행기관으로서는 이 결정의 이유를 참고하여 이 사건 중재판정의 진정한 의미를 파악하여 집행에 나아가야 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서울고등법원 2023.5.18. 자 2022라20034 결정).

    비록 ‘중재판정의 진정한 의미’는 구체적인 사건의 사실관계와 중재판정 원문에 따라 결정되겠지만, 이번 판결은 중재판정의 구체적인 집행 방법 및 해석에 관한 법원의 역할을 확인하였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습니다. 특히, 중재판정의 효과적인 집행을 위해 법원이 개입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았다는 점에서 우리 법원이 보다 적극적으로 ‘중재 친화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보여지며, 이는 중재를 활용하는 당사자들에게 고무적인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법무법인(유) 광장의 국제중재팀은 국제중재를 포함한 다양한 국제분쟁 사건에 관하여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최상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며, 분쟁의 개시 단계부터 집행 등의 단계까지 모든 절차에서 최선의 전략을 세우고 유기적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국제분쟁 관련 자문이 필요하신 경우에는 언제든지 법무법인(유) 광장의 국제중재팀 담당 변호사에게 연락하여 주시면 분쟁의 종류 및 단계에 맞는 최적의 법률서비스에 대하여 자세히 안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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