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분쟁은 대규모 소모전, 무인 체계 확산, 사이버·전자전의 일상화와 방산 공급망의 취약성을 드러내며 방산 협력의 기존 공식을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우리의 유일한 동맹국이자 제1의 방산 협력국인 미국과의 협력도 단순한 무기 구매와 기술 이전을 넘어, 피지컬 AI·사이버 보안을 중심으로 공동 개발·공동 생산과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는 ‘제5세대 공동 생산 동맹’으로 발전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 이슈 브리프는 한미 방산 협력의 발전 과정과 향후 법적·제도적 과제를 살펴봅니다. 이 글은 법무법인 광장 방산팀의 강은호 고문이 한미 경제연구소(KEI)에 기고한 「The Future of U.S.-South Korea Defense Industry Cooperation on AI and Cybersecurity」를 기반으로 축약·재구성하였습니다. 1)
1. 현대전의 변화와 한미 방산 협력의 새로운 과제
[ 현대전의 양상 변화 ]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분쟁이 보여준 가장 큰 교훈은 현대전의 양상이 근본적으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오늘의 전장은 더 이상 육·해·공이라는 전통적 구분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우주·사이버·전자전이 하나의 전장으로 통합되고, 저가 드론이 고가 전차와 방공 체계를 압박하는 ‘비용 비대칭’이 일상화되고 있다. 스타링크와 인공지능 기반 정보 분석처럼 민간 기술이 전장에 직접 투입되고, 사이버 공격과 전자전은 물리적 타격에 앞서 상대의 지휘 체계와 무기 체계를 무력화하는 선행 수단이 되고 있다. 전쟁은 더 길어지고, 더 소모적이 되며, 더 깊이 디지털화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의 전력 증강 방향뿐 아니라 한미 방산 협력의 틀 자체를 다시 짜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 한국의 복합 안보 환경 ]
한국이 직면한 안보 환경은 매우 복합적이다. 북한은 핵과 미사일 위협에 더해 우크라이나 전선 파병을 통해 실전 경험까지 축적하며 드론, 전자전, 사이버전 능력을 고도화하고 있다. 우리 내부적으로는 병역 자원 감소가 본격화되면서 과거와 같은 병력 중심 군 구조를 유지하기 어려워지고, 무기 체계의 전자화가 심화될수록 공급망과 사이버 취약성은 치명적인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악성코드가 무기 체계와 지휘 통제 체계에 침투할 경우, 물리적 전력이 온전하더라도 개전과 동시에 전투력이 무너질 수 있다.
[ 미래 전형 전력으로의 전환 ]
여기에 미국이 동맹국의 자발적 역할 확대와 방위 역량 강화를 요구하는 흐름까지 겹치고 있다. 결국 한국은 동맹을 유지·강화하는 동시에 AI 기반 지휘 통제, 유무인 복합 체계, 다층 방공망, 사이버 킬체인 등 미래 전형 전력으로 빠르게 전환해야 한다.
2. 한미 방산 협력의 발전과 제5세대 공동 생산 동맹
[ 한미 방산 협력의 발전 세대 ]
지금까지의 한미 방산 협력은 대체로 네 세대를 거쳐 발전해 왔다. 제1세대는 1970년대 미국의 지원 아래 한국 방산 기반을 형성하던 시기였고, 제2세대는 1980~1990년대 미국 무기 도입과 절충 교역(offset trade) 2)을 통해 기술을 축적하던 성장기였다. 제3세대는 2000년대 초반 국산화와 독자 체계 개발의 시기였으며, 제4세대는 2010년대 후반 이후 한국이 주요 방산 수출국으로 부상하면서 공급망과 공동 시장 문제까지 협력 범위를 넓혀온 시기라고 할 수 있다.
[ 제5세대 협력의 필요성 ]
그러나 기존 협력은 공통적으로 한국이 미국의 기술과 체계를 도입·흡수하거나, 그 연장선에서 생산과 수출 역량을 확대하는 구조였다. 드론·피지컬 AI·사이버전·장기 소모전의 시대에는 기술과 생산, 소프트웨어와 공급망, 설계와 유지 체계가 분리되어서는 안 된다. 한미 방산 협력은 이제 단순한 무기 구매나 제한적 공동 개발을 넘어 양국의 강점을 하나의 생태계로 결합하는 ‘제5세대 협력’으로 발전해야 한다.
[ 공동 생산 동맹과 프로덕션 웹 ]
제5세대 협력의 핵심은 신뢰를 기반으로 양국의 장점을 하나로 묶는 ‘공동 생산 동맹’이다. 미국은 AI, 첨단 연구 개발, 시스템 설계 및 운영 개념 발전에서 강점을 갖고 있는 반면, 한국은 제조업, 조선업, 반도체 기반, 신속한 양산과 납기, 우수한 플랫폼 개발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양국은 처음부터 공동 설계·공동 생산·공동 유지의 구조로 결합하는 ‘프로덕션 웹(Production Web)’을 구축해야 한다. 한미 방산 협력의 중심도 이제 “무엇을 사올 것인가”에서 “무엇을 함께 설계하고, 만들고, 유지할 것인가”로 이동해야 한다.
3. 제5세대 방산 협력의 중점 추진 분야
[ 피지컬 AI 협력 ]
제5세대 협력은 구체적인 성공 사례를 만드는 데서 시작되어야 한다. 우선 피지컬 AI 분야에서 공동 연구·공동 실증·공동 생산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자율 드론, 무인 지상 차량, 무인 수상정 및 유무인 복합 체계의 개발을 위해서는 알고리즘뿐 아니라 데이터, 반도체, 센서, 플랫폼 통합 및 지휘 통제 체계 연동이 함께 뒷받침되어야 한다.
[ 방산 사이버 보안 협력 ]
사이버 보안 협력도 방산 협력의 핵심 축으로 격상해야 한다. 미래 무기 체계는 곧 소프트웨어 체계이며, 공급망의 작은 취약점도 전체 전력의 마비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한미는 CMMC 3)와 연계한 방산 사이버 보안 체계, 공동 대응 센터 및 공급망 보안 기준을 함께 구축해야 한다.
[ 방산 조선 협력 ]
이와 함께, 방산 조선 협력 역시 전략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조선 역량과 함정 건조 기반 부족은 한국에 새로운 기회인 동시에 동맹국으로서의 역할을 제시한다. 양국은 유지 보수 정비(MRO)를 넘어 AI 기반 함정 건조·유지 체계와 수상함·잠수함 분야의 전략적 협력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4. 법적·제도적 과제와 향후 방향
[ RDP-A 등 법적·제도적 기반 마련 ]
협력을 구조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양국 간 법적·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수적이다. 특히 미국이 다수의 우방국과 체결한 RDP-A(상호방위조달협정, Reciprocal Defense Procurement Agreement) 4)가 한국과도 체결된다면 제5세대 협력의 촉매제가 될 수 있다. 이와 함께 한국 내 조선소에서 미 전투 함정의 건조가 가능하도록 관련 번스-톨레프슨 수정법(Byrnes-Tollefson Amendment) 5) 등 미국 법상 제한을 완화하고, 자유무역지대 활용 등 국내외 법적 근거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 공동 방산 생태계로의 진화 ]
결국 한미 방산 협력의 미래는 무기 거래의 확대가 아니라 산업·기술·데이터·공급망을 결합한 공동 방산 생태계의 구축에 달려있다. 한국은 더 이상 단순한 무기 수요국이 아니라 미국과 함께 차세대 전장을 설계하고 생산할 수 있는 파트너로 성장하였다. RDP-A의 조속한 진전, 피지컬 AI 공동 연구 체계 구축, CMMC 연계 공급망 제도화 및 MRO를 넘어선 함정 신조 협력이 제5세대 공동 생산 동맹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 전문적 법률 자문의 필요성 ]
이러한 과제는 방산 조달, 기술 보호, 수출 통제, 보안 인증 및 통상 규범이 복합적으로 연계된 전문적인 법률 영역이다. 따라서 정책 당국과 방산 업계는 방산 분야의 전문성과 자문 경험을 축적해 온 전문 법무법인의 자문을 활용하여 법적 취약성 보완 및 분쟁 예방을 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하 각주]
1) Eun-ho Kang, “The Future of U.S.-South Korea Defense Industry Cooperation on AI and Cybersecurity,” Korea Economic Institute of America (KEI), 2026.07.02, [
https://keia.org/publication/the-future-of-u-s-south-korea-defense-industry-cooperation-on-ai-and-cybersecurity/]
2) 절충 교역(Offset Trade): 무기 및 방산 물자를 해외에서 구매할 때, 판매국(수출국)이 구매국에 대해 기술 이전, 부품 국산화, 공동 생산, 수출 지원 등 반대급부를 제공하도록 하는 거래 방식이다. 구매국 입장에서는 단순 완제품 구매에 그치지 않고 자국 방위 산업의 기술력 확보 및 산업 기반 구축의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을 비롯한 다수의 무기 수입국이 대형 방산 구매 계약 시 절충 교역 조건을 부과해 왔다.
3) Cybersecurity Maturity Model Certification(사이버 보안 성숙도 모델 인증). 미국방부가 국방 공급망(방산 협력 업체) 내 통제 비밀 정보 보호를 위해 도입한 인정 체계를 지칭한다.
4) RDP-A(Reciprocal Defense Procurement Agreement, 상호방위조달협정): 미국이 동맹·우방국과 체결하는 협정으로, 방위 산업 물자·서비스 조달 시 상대국 제품에 대해 자국산과 동등한 대우(내국민 대우)를 부여하고, 관세·비관세 장벽을 완화하여 상호 조달 시장 접근을 보장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현재 영국, 캐나다, 호주, 일본 등 20여 개국이 미국과 체결하고 있으며, 한국은 아직 체결하지 않은 상태다.
5) 번스-톨레프슨 수정법(Byrnes-Tollefson Amendment): 미국 연방법(10 U.S.C. §8679)으로, 항공모함을 포함한 주요 전투 함정(major combatant vessel)은 원칙적으로 미국 내 조선소에서만 건조하도록 규정한 조항이다. 1941년 도입된 이래 여러 차례 개정을 거쳤으며, 이 조항으로 인해 외국 조선소에서 미 해군 전투 함정을 건조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금지되어 있어, 한국 조선소가 미 해군 함정 건조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법 개정 또는 예외 인정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