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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기업결합 심사 가이드라인 전면 개정안 공개

Published on
2026.05.26
요약
기업결합심사에 non-economic 정책 목표를 최초로 명시적 반영
규모 확대형 기업결합(European Champion)에 우호적 접근
'편익이론(Theory of Benefit)' 신설 – 효율성 항변의 실질화
'혁신방패(Innovation Shield)' 도입 – 스타트업 · 소규모 혁신기업 인수의 안전지대
'폐해이론(Theories of Harm)' 확대 – 혁신 경쟁 소멸(킬러인수), 지배적 지위 고착화(entrenchment), 노동시장의 경쟁 제한, 소수 지분 취득에 따른 경쟁 제한 등
내부 문서(Internal Documents) 관리 중요성 대폭 강화


I. 배경 및 개요
    유럽집행위원회(EC)는 2026년 4월 30일, 20여 년 만에 기업결합심사 가이드라인을 전면 개정한 초안(개정 가이드라인 초안)을 공개하여 의견 수렴 절차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번 개정안은 2004년 수평적 기업결합 가이드라인과 2008년 비수평적 기업결합 가이드라인을 단일한 통합 가이드라인으로 대체하는 것으로, 미국 DOJ/FTC도 2023년에 같은 방식으로 통합한 바 있습니다.

    개정 배경으로는 Mario Draghi의 “유럽 경쟁력의 미래(The future of European competitiveness)” 보고서 권고를 반영한 EU '경쟁력 나침반(Competitiveness Compass)' 정책 실현을 들 수 있습니다. 이번 개정은 '혁명이 아닌 재조정(recalibration)'으로 평가되며, 기업에 더 넓은 효율성 항변 공간을 열어주는 동시에 새로운 규제 도구도 함께 확대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었습니다.

    향후 일정과 관련하여, 2026년 6월 26일 의견 수렴 절차 마감 후 2026년 11월 1일 최종 가이드라인 공표, 2027년 12월 1일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채택 이후 EC는 정당한 사유 없이 가이드라인에서 이탈할 수 없어 사실상 예측 가능한 기준으로 기능하게 됩니다.

II. 주요 변경 내용
    1. 기업결합심사의 역할 확대 – 정책 목표 · 비가격 경쟁 변수의 공식화
        이번 개정안은 기존의 경제적 효과 중심 접근에서 중대한 전환을 의미하는 조치로서, 최초로 비경제적(non-economic) 정책 목표를 공식 심사 지침에 반영하였습니다. 명시된 주요 정책 목표로는 ① 공급망 다양성 · 회복탄력성(resilience) 강화, ② 핵심 기술 · 방위 산업 분야 혁신 · 투자 경쟁 보호, ③ 친환경 혁신 경쟁(green innovation competition) 보존, ④ 미디어 부문 집중 제한 등이 있습니다.

        아울러 생산량, 품질, 선택권, 생산 능력, 투자, 혁신, 개인정보 보호, 지속가능성, 회복탄력성(공급 안보 포함) 등과 같은 비가격 경쟁 변수를 경쟁 심사의 요소(parameters)로 명문화하였습니다. 특히 회복탄력성은 역내 시장 또는 그 일부가 고객에 대한 서비스 제공을 계속하고 심각한 충격을 예견하고, 견뎌내며, 그로부터 회복할 수 있는 능력과 준비태세를 의미하는데, 개정안에서 중요한 심사 요소로 격상되었습니다. 개정안은 이러한 비가격 경쟁 변수들은 쉽게 계량화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기업결합의 폐해 이론 및 편익 이론 등을 비교 형량하여 판단하는 데 상당한 재량을 보유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2. 규모 확대형 기업결합에 대한 우호적 접근
        개정 가이드라인 초안은 “기업결합을 통한 규모 확대와 통합은 긍정적으로 평가될 수 있음”을 명문화하였습니다. 특히 자본 집약도가 높고 R&D 혁신이 빠른 산업에서 경쟁하는 데 필요한 규모 확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내용이 포함됩니다.

        특히 우호적으로 평가될 거래 유형으로는 ① 보완적인 능력을 결합하거나, R&D 시너지를 창출하거나 희소한 인재나 자원에 대한 접근을 촉진하는 기업결합(혁신 및 기술 진보형), ② 글로벌 플레이어와의 경쟁에서 규모 확보가 필요한 거래(글로벌 경쟁력 강화형), ③ 핵심 투입물에 대한 접근을 확보하거나 공급 안정성을 포함한 방위 역량을 강화하는 거래(공급망 · 회복탄력성 강화형)가 있습니다. 이는 Siemens/Alstom 사건(2019) 이후 논쟁이 된 “유럽 챔피언” 창출 정책을 반영한 것으로 평가되나, 기업결합의 경쟁 제한성을 판단하는 법적 기준인 SIEC(Significant Impediment to Effective Competition) 테스트는 불변이며, 친경쟁적 규모 확대와 역내 시장의 경쟁을 해치는 시장 지배력 강화는 엄격히 구분함을 주의해야 합니다.

    3. '편익 이론(Theory of Benefit)' 신설 – 효율성 항변의 실질화
        기존에는 사실상 사문화 수준에 가까웠던 효율성 항변을 '폐해 이론'과 동일한 증거 기준으로 정면 평가하는 구조가 도입되었습니다. 개정 가이드라인 초안은 “입증된 효율성은 향후 기업결합심사에서 핵심적 역할을 할 것”임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인정되는 효율성의 범위도 확대되었습니다. 비용 절감 · 품질 개선 등 직접 효율성 외에도, 혁신 · 투자 능력 · 유인 증대, 지속가능성 · 회복탄력성 편익 등 동태적 효율성도 포함됩니다. 효율성 인정을 위한 세 가지 요건(검증 가능성 · 기업결합 특유성 · 소비자 이익 이전)은 유지되었고, 효율성의 정량화가 어려운 경우에는 내부 문서 · 독립 전문가 보고서 · 투자자 공시 등을 통해서도 입증할 수 있는 것으로 명시하였습니다.

        다만, 비가격 경쟁 요소에 관한 효율성의 구체적 입증 방법론이 충분히 제시되지 않아 복잡성도 함께 증가하였습니다. EC는 신고 전 협의 단계(pre-notification)에서 효율성 논거를 조기에 제출하는 것을 명시적으로 환영하고 있습니다.

    4. 경쟁 제한 효과(Anticompetitive Effects) 이론 확대 – 8가지 유형 및 주요 내용
        개정 가이드라인 초안은 SIEC 여부를 직접적 효과(현재 상품 시장 경쟁에 대한 영향)와 동태적 효과(투자 · 혁신 능력 · 유인, 미래 시장 경쟁에 대한 영향)로 이원화하여 평가하는 구조를 도입하였습니다. 경쟁 제한 효과는 ① 직접 경쟁(head-to-head competition) 제한, ② 투자 · 확장 경쟁 제한, ③ 혁신 경쟁 제한, ④ 잠재적 경쟁 제한, ⑤ 봉쇄(Foreclosure), ⑥ 지배적 지위 고착화, ⑦ 협조 효과, ⑧ 기타(상업적으로 민감한 정보 접근 · 포트폴리오 효과)의 8가지로 유형화하였습니다.

        우선 직접 경쟁 제한과 관련하여, ① 결합 점유율 25% 미만, ② 결합 점유율 50% 미만이면서 HHI 증분 150 미만, ③ 결합 후 HHI 1,000 미만, ④ 결합 후 HHI 1,000~2,000이면서 증분 250 미만인 경우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면 SIEC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추정하는 안전지대로 명시하였습니다.

        또한 노동 시장의 경쟁 제한 효과와 관련하여 기업결합이 노동 시장에서 구매력(monopsony)을 제고하여 임금 · 근로 조건에 미치는 영향을 최초로 명시적 평가 대상으로 포함하였습니다. 소수 지분과 관련해서는 비지배적 소수 지분(5% 이상) 취득으로 인한 경쟁 제한 효과에 대해 명시하였으며, PE 펀드 · 기관 투자자의 포트폴리오 중복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경쟁 제한 효과에 대한 내용도 포함하였습니다.

        혁신 경쟁 제한과 관련하여, R&D 프로젝트 간, R&D 프로젝트와 기존 제품 간, 혁신 역량 간 중복의 관점에서 혁신 경쟁이 제한되는지 평가가 이루어지며, '킬러 인수(Killer Acquisition)'로 인한 혁신 경쟁 제한도 독립적인 폐해 이론으로 명문화하였습니다. 지배적 지위 고착화(Entrenchment)는 핵심 시장 또는 생태계(ecosystem) 전반에서 진입 · 확장 · 혁신 장벽을 구조적으로 강화하여 동태적 경쟁을 제한하는 경우를 의미하며, 데이터 · IP · 핵심 고객 유입 채널 · 인프라 등 전략적 자산 취득이 핵심 평가 요소가 됩니다.

    5. '혁신 방패(Innovation Shield)' – 스타트업 · 혁신 기업 인수의 안전지대
        이번 초안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내용으로, 스타트업 또는 동태적 경쟁 잠재력을 가진 R&D 프로젝트를 포함한 소규모 혁신 기업에 대한 기업결합과 관련하여 안전지대가 도입되었습니다. 즉 다음 다섯 가지 경우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면 원칙적으로 SIEC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게 됩니다.

        ■ 결합 당사회사들이 현재 또는 R&D 프로젝트를 통해, 동일한 관련 시장이나 혁신 공간에서 활동하지 않으며, 수직적으로나 달리 밀접하게 연관된 관련 시장이나 혁신 공간에서도 활동하지 않는 경우

        ■  일방 당사자의 R&D 프로젝트와 타방 당사자의 기존 사업이 중복되는 때에는 (i) 결합 점유율이 40% 이하이고 (ii) R&D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결합 당사회사와 유사한 잠재적 경쟁 능력을 가진 경쟁 사업자가 3개 이상인 경우(다만, 관련 시장의 기존 사업자가 R&D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스타트업을 인수하는 경우에 인수자가 관련 시장의 1위 사업자 또는 DMA상 게이트키퍼가 아니면 (i), (ii) 요건을 충족하지 않더라도 안전지대 해당)

        ■  결합 당사회사들의 R&D 프로젝트가 중복되는 때에는 R&D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결합 당사회사와 유사한 잠재적 경쟁 능력을 가진 경쟁 사업자가 3개 이상인 경우

        ■  결합 당사회사들의 R&D 능력(capabilities)이 중복되는 때에는 혁신 공간에서 결합 점유율이 25% 이하이고, 해당 산업의 R&D 활동에서 결합 점유율이 25% 이하인 경우

        ■  일방 당사자의 R&D 프로젝트와 타방 당사자의 상방 · 하방 · 밀접 관련 시장 활동이 결합되는 경우 상방 · 하방 · 밀접 관련 시장에서 결합 점유율이 40% 이하인 경우(다만, 상방 · 하방 · 밀접 관련 시장의 기존 사업자가 R&D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스타트업을 인수하는 경우에 인수자가 관련 시장의 1위 사업자 또는 DMA상 게이트키퍼가 아니면 위 요건을 충족하지 않더라도 안전지대 해당)

    6. 내부 문서(Internal Documents)의 중요성
        EC는 기업 내부 문서(이사회 자료, 경영 보고서, 전략 발표 자료, 이메일 등)가 시장 지배력 · 폐해 이론 · 편익 이론 판단 시에 증거가 될 수 있음을 명시하였습니다. 통상적 업무 과정에서 작성된 문서는 '높은 증거 가치'를 가지는 반면, 기업 결합 심사 대응 목적으로 유리하게 작성된 문서는 '제한적 가치'로 평가됩니다.

III. 기업 실무 대응 방안
    1. 거래 초기: 전략적 포지셔닝
        EU에서 활동하거나 EU 시장에 투자하는 한국 기업도 이 가이드라인의 적용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거래 검토 단계부터 규모 확대 · 혁신 · 회복탄력성 측면의 효율성 논거를 개발하고, EU 정책 목표(디지털 전환, 탄소 중립, 공급망 안보, 방위 역량 등)와의 연계성을 거래 근거(deal rationale)에 명시적으로 포함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비수평적 기업결합은 당사회사가 유의미한 시장 지배력을 보유하지 않는다면 우호적인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스타트업 · 혁신 기업 인수의 경우, 안전지대 조건 충족 여부를 스크리닝하고, 폐해 이론(시장 지배력 고착화, 상업적으로 민감한 정보 접근 등)도 병행 점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수 근로자를 고용하는 거래는 노동 시장의 경쟁에 미치는 효과를 사전 분석할 필요가 있습니다.

    2. 거래 준비: 증거 확보 및 문서 관리
        이사회 보고서 · 전략 발표 자료 · 이메일 등이 EC 조사 시 어떻게 해석될지 사전 검토하는 내부 문서 점검이 필요합니다. 내부적으로 문서 작성 지침을 사전 공유하고, 효율성 입증을 위한 내부 사업 계획 · 시너지 분석, 독립 외부 전문가 보고서(가능하면 협상 개시 전 작성), 투자자 공시 자료 등을 조기에 정비해 두어야 합니다. 아울러 R&D 파이프라인 · 특허 포트폴리오 · 혁신 역량 등 동태적 경쟁 잠재력 관련 자료도 체계적으로 정리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3. 신고 전 협의 및 심사 단계
        EC가 명시적으로 환영하는 신고 전 협의(pre-notification) 단계를 적극 활용하여, 편익 이론의 타당성을 조기에 제시하고 EC의 평가를 받는 것이 유리합니다. 경제학자를 초기에 참여시켜 정량 · 정성 분석을 병행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킬러 인수 리스크가 있는 거래는 인수 후 R&D 투자 지속 · 강화 계획을 사전 준비하고, 디지털 · 플랫폼 거래는 네트워크 효과 · 상호 운용성 관련 논거를 선제적으로 개발해 두어야 합니다.
 
일정 내용
2026. 6. 10. EC 제3자 이해관계자 워크숍 개최
2026. 6. 26. 의견 수렴 절차 마감(이해관계자 의견 제출 가능)
2026. 9월 기업결합의 동태적 효과에 관한 경제학 연구 결과 발표
2026. 11. 1. 최종 가이드라인 공표 목표
2027. 12. 1. 정식 시행 목표(유럽의회는 더 빠른 일정 요구 중)

    개정 가이드라인 초안의 내용이 대규모로 수정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관측되며, EC는 이미 초안에 포함된 개념을 실무에 적용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개정 가이드라인은 기업결합심사에 비경제적 정책 목표를 최초로 명시하고, 효율성 항변의 범위와 실효성을 대폭 강화하였습니다. 동시에 킬러 인수 방지, 고착화, 노동시장 효과 등 새로운 규제 도구도 함께 도입하여, 더 넓은 기회와 더 복잡한 리스크가 공존하는 환경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거래 초기부터 편익 이론을 전략적으로 구성하고, 강력한 증거로 뒷받침하며, EC와 조기에 협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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