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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이규화 변호사, 경영권 방어의 허와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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メディア
- Published on
- 2006.05.10
헤럴드경제 2006년5월9일
전국이 기업 인수ㆍ합병(M&A) 열풍에 휩싸였다. 이제 어느 모임에서든 M&A에 대해 한마디 하지 못하면 대화에 낄 수 없을 정도다. 특히 사람들의 흥미를 돋우는 적대적 M&A가 바로 눈앞에서 자주 벌어지다 보니 ‘M&A 문외한’들도 적대적 M&A의 방어방법 하나쯤은 논할 수 있을 경지에 이르렀다. 하지만 현란하기만 한 방어방법을 현실적으로 적용하는 데는 하나의 커다란 걸림돌이 있다. 바로 ‘상법상 요구되는 이사의 회사에 대한 선관주의 의무’다. 쉽게 말해 ‘회사의 이사는 회사의 이익을 위하여 업무를 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영권 방어란 결국 현 경영진 또는 현 경영진을 선임할 힘이 있는 대주주의 회사지배권을 보호하는 것이다. 하지만 대주주나 현 경영진의 보호를 위해 취한 방어법이 기업이나 소액주주의 이익도 동시에 보호한다고 볼 수 있는지는 별개다.
예를 들어 적대적인 기업의 인수ㆍ합병을 막기 위해 경영진이 퇴직할 때 거액의 퇴직금을 지급하는 방법 등으로 회사 가치를 떨어뜨리는 전략인 ‘골든 패러슈트(golden parachute)’를 보자. 회사의 입장에서 보면 단지 지배주주가 바뀐다는 이유만으로 기존 이사에게 거액의 퇴직금을 주는 것이 과연 회사를 위하여 좋은 것인가, 즉 이러한 제도의 도입에 찬성한 이사들이 선관주의 의무를 다했다고 볼 수 있을까.
IMF 이후 이사들의 선관주의 의무를 강조해 민사상으론 개인적인 손해배상책임을지우고, 형사상으론 배임죄 적용이 활성화되고 있다. 따라서 이제 골든 패
러슈트 같은 방어방법에 대하여 쉽게 찬성할 이사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적대적 M&A가 우리 기업문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은 사실이다. 회사마다 적대적 M&A의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 투명경영에 박차를 가하거나, 주주 이익의 증대를 도모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회사의 경영에는 관심 없이 단기적인 이익 실현만을 위해 적대적 M&A가 활용되는 경우 결과적으로는 회사 및 소액주주도 커다란 손해를 입고, 크게 보아 국가경제적으로 이로울 것이 없다.
따라서 많은 폐해를 가져와 대주주뿐만 아니라 결국 회사나 소액주주에게도 손해를 끼칠 수 있는 적대적 M&A에 대한 적절한 방어방법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상법상의 관련 제도 정비
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때다. 허술한 ‘방패’로 ‘창’을 막으라는 것은 공정한 게임의 룰이 아니다.
이규화 변호사/법무법인 광장 (kwl@leeko.com)